제임스웹, 700광년 밖 외계행성의 아침·저녁 온도 알아냈다

곽노필 기자 2024. 7. 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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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년을 맞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외계 행성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파악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제임스웹이 이를 위해 첫번째 탐구 대상으로 삼은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700광년 거리에 있는 WASP-39b다.

연구진은 지구의 날씨 예측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모델을 이용해 살펴본 결과, 이 행성에서는 바람이 뒷면(밤)에서 시작돼 아침 경계선을 넘어선 뒤, 앞면을 돌아 저녁 경계선을 지나 다시 뒷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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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700광년 거리 목성급 가스행성
아침 지역 600도, 저녁은 800도
제임스웹이 탐색한 첫 외계행성
지구에서 700광년 거리에 있는 외계행성 WASP-39b 상상도. 크기는 목성의 1.3배이지만 질량은 목성의 28%에 불과한 가스 행성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최근 2주년을 맞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외계 행성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파악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다.

제임스웹이 이를 위해 첫번째 탐구 대상으로 삼은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700광년 거리에 있는 WASP-39b다.

일명 ‘뜨거운 목성’으로 불리는 이 행성은 2011년 지상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처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큰 주목을 받았다.

덩치는 목성의 1.3배(9만1000km)이지만 질량은 목성의 4분의 1에 불과한 가스 행성이다. 물질의 밀도가 1㎤당 0.18g로, 솜사탕 행성으로 불리는 WASP-17b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물질의 밀도가 낮은 것은 중심별과의 거리가 700만km로 가까워 온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태양보다 약간 작은 중심별(WASP-39)을 4일에 한 번씩 돈다.

과학자들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해 2022년 7월 이 행성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찾아냈다. 지구의 생명체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이산화탄소는 중원소함량(metalicity)의 지표 역할을 하는 물질로 행성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데 중요하다. 중원소함량이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비율을 말한다. 중원소함량은 천체의 나이를 가늠하는 척도 가운데 하나다. 외계행성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어 11월엔 대기에서 광화학반응의 산물인 이산화황을 포착했다. 이산화황은 대기 중의 물 분자가 빛을 받아 산소와 수소로 분리된 뒤 황화수소와 반응해 생성됐을 것으로 본다. 외계행성에서 이산화황을 발견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외계행성 WASP-39 b의 광도 곡선. 행성이 중심별 앞을 지나갈 때 빛의 밝기가 약해진다. 나사 제공

지구의 달처럼 별에 앞면 고정한 채 공전

과학자들이 이번엔 이 행성의 낮과 밤 온도 차이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중심별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이 행성은 한쪽 면이 별을 향해 고정돼 있는 조석 고정 행성이다. 따라서 앞면은 항상 낮, 뒷면은 항상 밤이다.

과학자들은 2~5㎛ 파장의 투과 스펙트럼을 통해 낮과 밤을 가르는 경계 지역의 온도를 분석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행성의 대기를 통해 걸러진 별빛과 별 옆에 있을 때 감지된 걸러지지 않은 별빛을 비교해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경계 지역의 대기를 분석한 결과. 별이 지는 쪽(저녁)은 800도, 별이 뜨는 쪽(아침)은 600도로 측정됐다. 연구진은 또 행성의 아침 지역이 저녁 지역보다 구름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

행성 WASP-39 b의 대기에 의해 차단된 아침과 저녁 경계지역 별빛의 양. 물과 이산화탄소에 대한 증거와 함께, 행성의 아침과 저녁 사이의 온도 변화를 보여준다. 나사 제공

대기 순환이 만드는 온도 차

왜 똑같은 낮과 밤의 경계선인데 아침 지역이 저녁 지역보다 온도가 낮을까?

가까운 거리에서 별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에선 앞면에서 더워진 가스가 강한 적도 제트기류를 타고 뒷면으로 이동한다. 두 지역의 극심한 온도 차이로 인해 기압 차이가 커지면서 바람도 강하다.

연구진은 지구의 날씨 예측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모델을 이용해 살펴본 결과, 이 행성에서는 바람이 뒷면(밤)에서 시작돼 아침 경계선을 넘어선 뒤, 앞면을 돌아 저녁 경계선을 지나 다시 뒷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발견했다.

이 경우 아침 경계선 지역은 저녁 경계선 지역보다 더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아침 지역은 뒷면에서 차가워진 공기의 바람이 불고, 저녁 지역은 앞면에서 뜨거워진 공기의 바람이 분다. 연구진은 이 행성의 풍속은 시속 수천km에 이를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이전에는 없었던 행성의 입체적 정보를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예컨대 저녁 경계 지역이 더 뜨겁다는 것은 이 지역이 약간 더 부풀어 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이런 방법을 이용해 앞뒷면이 고정돼 있는 또 다른 ‘뜨거운 목성’의 대기도 연구할 계획이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7768-4
Inhomogeneous terminators on the exoplanet WASP-39 b.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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