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에 치인 무단횡단자 또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1심 ‘무죄’ 왜?

횡단보도. 본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늦은 저녁 앞쪽 차량에 치여 차도에 쓰러진 운전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또다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1심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박강균 부장판사)은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작년 8월 27일 밤 9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소방서 인근 도로에서 60대 B씨가 소방서 측 인도에서 건너편으로 무단횡단을 시도하다 한 K3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B씨는 사고 충격으로 1차로에 쓰러졌고, 이후 1차로에서 A씨가 몰던 차량에 치였다. 병원에 옮겨진 B씨는 사고 1시간여만에 숨졌다.

검찰은 A씨가 전방주시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 측 증거만으로 A씨의 회피 가능성이나 주의 의무 위반, 사고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차량 블랙박스 분석 결과, 재판부는 A씨가 1차 사고 이후 1초 만에 B씨의 존재를 파악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B씨가 검은색 복장을 착용하는 등 A씨에게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로교통공단은 마네킹 실험으로 A씨가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마네킹은 사람보다 빛을 쉽게 반사하는 재질과 색상으로 제작돼 실제보다 더 용이하게 식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B씨를 최초로 들이받은 K3 운전자 C씨에게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준법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