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나는데 쾌적해!' 요즘 페스티벌, 이 정도 수준까지?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7.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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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글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코로나19가 빠르게 과거처럼 된 이후, 그 이전과 비교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건 페스티벌 시장이다. 모이고 부대껴서 한 방향을 보며 음악을 즐기는 경험에 대한 갈망은 이전에 페스티벌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2006년 시작된 이래 관객 동원에 있어서 조금씩 우하향 곡선을 그렸던 펜타포트는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봄의 서울재즈페스티벌, 가을의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역시 이전보다 매진 속도가 빨라졌다.

코로나 이전에도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계절이면 늘 페스티벌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행사나 여가 산업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컨셉도 없고 라인업도 거기서 거기였다. 주목할 만한 페스티벌을 한 손으로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의 강제 멈춤 덕이었을까. 페스티벌 시장이 커진 만큼 행사 수준을 벗어나 주목할 만한 페스티벌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22일과 23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아시안팝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쾌적했다. 여름의 초입에 열리는 페스티벌과 가장 안 어울린 단어인 쾌적함이 여기서 떠올랐던 것이다.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길을 걸어 입구까지 향하는 여느 페스티벌과 달리, 호텔 정문으로 들어가 로비를 거쳐 행사장까지 가는 동선이 우선 그랬다. 넓은 잔디 광장과 2,000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 청담동 수준의 클럽, 그리고 라운지 형태의 공연장까지 야외와 실내를 두루 활용하되, 각 공간의 특성에 맞는 장르까지 모두 그랬다.

메인 스테이지가 있는 광장을 제외한 모든 스테이지에 냉난방 시설이 있고, 호텔에 입점해 있는 카페와 식당, 편의점까지 두루 한 동선처럼 이용할 수 있었다. 과거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페스티벌이나 행사에 온 적은 있었지만, 행사장과 호텔과 철저히 분리된 동선이었던 반면 아시안팝페스티벌은 인프라와 행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이 페스티벌이 파라다이스 문화재단과의 공동 주최로 열렸던 덕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전필립 회장은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의 씬 스틸러다. 정원영, 김광민, 한상원 등과 함께 버클리 유학 1세대였고, 유학 전부터 드러머로 활동했다. 버클리에서도 드럼을 전공했다. 귀국 후에도 여러 세션 활동을 했는데, 파라다이스그룹 입사를 전후하여 김민기의 명곡 '철망 앞에서'의 드럼 세션을 맡았던 게 이채롭다. 음악인을 꿈꿨던 재벌가의 일원이 아주 희귀한 건 아니지만, 전필립 회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본격적으로 깊이 몸담았던 셈이다.

라인업 섭외와 진행 등은 공동주최사인 APF와 파라다이스 측 실무진들이 맡았겠지만 그럼에도 음향을 포함한 파라다이스시티의 인프라가 여느 리조트와 달리 '음악적'일 수 있던 이유는 오너의 음악적 배경도 무시 못 했을 것이다.

하드웨어가 쾌적했다면 라인업, 즉 소프트웨어는 신선했다. 백예린, 김창완밴드, 크라잉넛 같은 유명 국내 팀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등 총 7개국에서 건너온 팀들은 아시아 음악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두루두루 알게 해줬다.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아이돌뿐만 아니라 현지의 젊은이들과 함께 숨 쉬는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들이 함께했다.

특히 90년대부터 활동하며 동시대 한국 인디밴드들에게도 영향을 줬던 유라유라 테이코쿠의 리더, 야마시타 신타로의 무대는 일본 밴드 음악의 깊이와 내공을 느끼게 해줬다. 록과 댄스, 재즈와 포크 어느 장르로도 특정할 수 없으나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포크와 록을 기반으로 '카와이'하면서도 '스고이'한 아야노 카네코, 한국 인디신에서도 이제는 찾기 힘든 '정제되지 않은 분노'를 느끼게 해준 대만의 노 파티 포 카오 동(No Party For Cao Dong)등 아시안팝페스티벌이 아니었더라면 공연은커녕 음원으로도 접하기 힘든 팀의 무대는 발견의 순간이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음악 현장에 있었고, 글래스톤베리나 코첼라, 서머소닉을 비롯한 유수의 해외 페스티벌을 다니는 사이 어느덧 무뎌진 감각과 매너리즘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쾌적한 발견이었다. 대형 박람회나 전시 행사에서 적용할 문구를 페스티벌에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부디, 내년에도 이 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


오는 8월 2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도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3일권이 모두 매진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1회부터 이 페스티벌을 다녔지만 늘 넓다고만 생각했던 행사장이 작년에는 좁다고 느껴졌었다. 그만큼 사람이 많았다. 올해의 매진은 그 체감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

아시안팝페스티벌이 쾌적한 발견이라면 펜타포트는 고난의 확인이다. 여름에 열리는 어느 나라 어느 페스티벌에서나 비슷하다. 정상급 헤드라이너의 무대를 야외에서 만나는 건, 음원으로만 듣던 음악을 라이브로 '접견'한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나 펜타포트는 서울에서 열리는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상대적으로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워 전체 볼륨도 크기에 라이브의 참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음악, 같은 공연이라도 도파민 수치가 높다. 페스티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도 했고, 라이브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킴 고든, 잭 화이트, 라이드 같은 록 역사의 굵직한 인물들이 헤드라이너로 참가하고 세풀투라,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같은 거물급 메탈밴드들을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펜타포트 아니면 없다. 오리사카 유타, 류오쿠오우슈오쿠 샤카이(녹황색사회 緑黄色社会)같은 일본 인디신의 현재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데이식스, QWER 같은 밴드형 아이돌들이 참가함으로써 록 페스티벌 시장을 대폭 확인시켰다. 이 라인업을 요일별, 무대별로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참가팀들과 관객이 위화감을 가진 채 뒤섞이는 것도 막은 섬세함 또한 돋보인다. 요컨대 메탈 레전드부터 케이팝 아이돌까지 '라이브'와 '밴드 사운드'로 펜타포트의 간판 아래 모으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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