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 “바이든 사퇴 존중”···러 “대선 상황 지켜봐야”[바이든 사퇴]
세계정세에 미칠 파장 등 예의주시
유럽국가 지도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을 존중한다면서 격려의 메시지를 냈다. 유럽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하차에 따른 세계정세에 미칠 파장 등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의 남은 대통령직 임기에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까지 놀라운 경력 내내 그랬듯이 미국민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 “내 친구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조국과 유럽, 세계를 위해 많은 것을 성취해 왔다”며 “그 덕분에 미국과 유럽은 가까운 협력 관계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라며 “출마하지 않기로 한 그의 결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엑스에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와 미국, 세계를 더 안전하게 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더 굳건하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왔다”고 썼다. 이어 “이번 결정을 발표할 때도 같은 원칙으로 했다는 것을 안다”며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엑스에 “바이든 대통령의 용감하고 품위 있는 결정을 존경한다”며 “그의 결단력과 리더십 덕에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위기와 심각한 의사당 공격 사태를 극복했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모범을 보여 왔다.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온 위대한 대통령의 위대한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과 우정에 감사한다”며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이후 세상은 바뀌었고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다자주의, 해결책 공유에 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엑스에 “의심할 여지 없이 수십 년간 나라를 위해 봉직해온 정치가의 결정이다. 책임감 있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발걸음이나 더욱 가치가 있다”며 “미국에서 강하고 동등한 두 후보의 민주적 경쟁으로 좋은 대통령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국영 NRK 방송에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는 수십 년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 중 하나이자 중대한 개혁을 시행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엑스에 “수십 년이라는 긴 경력 기간에 걸쳐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우정을 보여준 데 따뜻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썼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주 워싱턴DC를 방문해 오는 23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일하면서 미국에 대한 그의 사랑과 봉직에 대한 헌신을 직접 봤다”며 “우리의 협력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이스라엘에 대한 굳은 지지, 후티 반군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키려는 공동의 노력 등 중대한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이 존중과 지지의 뜻을 보낸 것과 달리 러시아는 미 대선 결과보다는 우크라이나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은 아직 4개월 남아있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향후 미 대선 결과가 지역 정세에 미칠 파장에 주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정치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인식한다”며 “미국 국내 정치이기 때문에 직접적 코멘트는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미 동맹은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이라며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어제 대선 레이스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미국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라며 “나는 논평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어느 쪽이 당선돼도 일관된 대중국 견제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보고 미국 대선을 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기간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을 규합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했다. 양국 간 안보·무역 마찰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혐의로 중국 은행·기업을 제재하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11월 미·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국면을 완화하며 대화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율관세 등으로 중국에 즉각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히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중국 언론들이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구축한 동맹에 기초한 글로벌 대중국 포위망을 흔들 수 있다는 기대도 중국 엘리트 일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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