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조정석 "쪽팔리게 살지 말자!"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조정석이 '믿고 보는' 코미디 장르로 돌아왔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냈다는 조정석이다.
영화 '파일럿'(연출 김한결·제작 쇼트케이크)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조정석은 지난 2019년 개봉한 '엑시트'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특히 '엑시트'와 '파일럿'은 7월 31일 개봉 날짜까지 동일하다. 이에 대해 조정석은 "부담감이 엄청 크다. 지금도 계속 있다. 항상 있는 거라 뭐 어쩌겠냐. 지금 그 부담을 안 가질 수 없는 위치 같다. 잘 이겨내보려고 한다"고 덤덤히 소감을 전했다.
'파일럿'은 조종사 한정우가 실직한 뒤, 다시 비행을 하기 위해 여동생 한정미(한선화)의 이름을 빌려 재취업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연을 맡은 조정석은 한정우와 한정미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를 보여준다.
작품 선택 계기에 대해 조정석은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땐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파일럿'은 처음 읽을 때부터 설정 자체가 웃겼다. 이 설정 자체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만 있다면 굉장히 코미디스러운 상황들이 잘 펼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과물을 봤을 때 그런 장면들과 그런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웃어주시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다만 대중에게 '믿고 보는 조정석 표 코미디'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며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도 있을 터다. 조정석은 "(부담감이) 엄청 있다. 제가 웃긴 사람이 아니다. 사실 말도 느리고, 그룹 지어서 얘기하면 말을 끊어먹는 경우가 많다"며 "저 혼자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와 같이 나오는 동료들과의 합이 엄청 극대화된 코미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점이다.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엄청난 힘이 된다. 그래서 부담감은 언제나 갖고 있지만, 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담감이 덜한 것 같다"고 함께 출연한 배우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조정석은 극 중 자신이 연기한 한정우와 한정미에 대해 "열심히 산다"라는 어절로 표현했다. 조정석은 "진짜 열심히 산다. 물론 그거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한정우가 오죽했으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었다"며 "한정미도 면접을 보는 장면에서 '저렇게 까지?'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취업을 하고 싶어서 저렇게까지 한다는 모습이 열심히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조정석은 한정미를 연기하기 위해 작품 내 대부분의 분량에서 여장을 한 채 등장한다. 조정석은 "내가 그 캐릭터에 잘 이입하고, 인물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면 내가 변신했을 때 이 모습과 설정에 대해 거부감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런 자그마한 믿음을 갖고 연기했다. 목소리톤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떠오른 건 과장된 표현보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제 목소리인데 가장 자연스럽도록 제가 가진 음역대 중 가장 높은 부분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가장 진정성 어린 표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약간의 CG 도움도 받았다. 조정석은 "팔, 다리에도 약간 CG가 있다. 근데 손은 도저히 안 되더라. 손은 정말 누가 봐도 남자 손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키토 식단에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감량은 어쩔 수 없는 배우의 숙명이다. 라인을 신경 쓴 적은 없지만, 자세나 어쩔 수 없는 신체 구조상의 태(態)를 한정미스럽게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극 중 한정우와 한정미를 실시간으로 오가며 밸런스 조절도 필요했다. 조정석은 "(밸런스 조절은) 감인 것 같다. 그냥 본능적인 느낌이다. 경계선에 서서 '투머치냐, 약하냐'를 찾는 것이 감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조정석은 "(한정미로) 광고 촬영을 할 때 '현타'가 진짜 심했다. 그거 촬영할 때랑 수염 올라오는 장면에서도 '현타'가 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또한 조정석은 "정미가 맨 처음 면접을 보러 가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부분은 시나리오에 있던 포인트였다. 그런 부분에 대한 위트 있는 코미디가 쌓이면 무시 못 한다고 생각했다. 신승호가 극 중 브리핑하면서 정미한테 '오늘 첫 비행한다'고 말하는 장면도 많이 웃었다"며 "전 '헤드윅'을 많이 했어서 불편한 건 없었다. 근데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너웨어가 다르니까 불편하더라. 또, 힐을 신고 뛰는 장면도 힘들었다. 빨리 달려야 하는데 치마를 입고 뛰다 보니 '종종걸음'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올해도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조정석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엄격한 편인 것 같다. 다 하고 난 다음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파일럿'에서 엄마 안자(오민애)가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대사를 하지 않냐. 그런 생각이 제 머릿속에도 있다"며 "잘했다는 만족감보다는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지만, 저는 성공이 있으면 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해도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 동반되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거다. 최선을 못한 것 같다면 후회스럽지 않냐. 그런 나날들을 만나지 말자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조정석은 "'파일럿'은 시원한 맛이다. 저희 영화가 굳이 계절로 따지면 여름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시원하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 같기도"라며 "'엑시트'도 너무너무 잘 됐지만, 부담이 크다. 동시에 너무 좋다. 하지만 '엑시트' 숫자(관객수)는 엄청난 숫자이기 때문에 일단 저희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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