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라면·고추장·빵·만두…전부 남아도는 ‘쌀’로 만들었다고?
농심 쌀라면·샘표 쌀고추장 개발
1인당 쌀 소비량 30년새 반토막
정부, 쌀 가공식품 육성 속도전
가루쌀 재배량 3년 뒤 20배로
쌀이 들어간 밥이나 국수를 넘어서 쌀가루로 만든 우유나 라면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산 쌀의 수요가 줄어들자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정부가 쌀 가공식품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가 이에 동참해 쌀로 만든 상품군을 대폭 늘리고 있다.
21일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통해 국산 가루쌀로 만든 우유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가루쌀과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를 배합해 우유의 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가루쌀 우유는 동물성 식품인 기존 우유의 빈틈을 파고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유당불내증이나 콜레스테롤 증가를 우려해 우유를 즐기지 못하는 소비층을 대거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동물복지나 환경보호 등 ESG가치를 중시하는 젊은층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쌀은 대두 등과 달리 알러지에서 완벽하게 자유롭고, 국내에 출시된 식물성 음료 중 쌀로 만든 건 최초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쌀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자 정부는 쌀을 가공해 만드는 제품군을 확대할 독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56.4㎏을 기록했다. 30년 전 1993년 소비량(110.2㎏)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밀·옥수수·콩 등으로 만든 가공식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최근 3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에 그쳤다.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인데도 쌀은 계속 남아돌고 재고는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가루쌀은 단단해서 쉽게 빻을 수 없는 일반 쌀이 아닌 별도의 개량한 품종이다. 물에 불리지 않고 건식으로 제분할 수 있어서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소화를 시키는데 부담이 적고 튀김가루나 과자로 만들 때 기름을 덜 흡수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은 지난 2018년 6조3000억원에서 2022년 8조4000억원까지 58.3%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초 ‘쌀가공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이 시장을 오는 2028년까지 17조원으로 2배 이상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신세계푸드의 라이스 베이스드도 이 같은 차원에서 개발됐다. 라이스 베이스드 1ℓ에 가루쌀은 100g 들어간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하반기 동안 1ℓ 제품을 약 40만개 판매할 것으로 전망한다. 9월 말께 출시될 200㎖ 제품도 약 100만개 판매할 것을 감안하면, 이 제품으로 파생되는 가루쌀 추가 소비만 60t에 달한다. 1년에 120t을 넘는 수준이다.
다만 가루쌀의 높은 가격은 쌀이 들어간 가공식품 품목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당 2000원 내외인 수입산 밀가루에 비해 가루쌀은 3000~4000원대로 알려졌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 면적을 넓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단가를 낮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간 1만t(재배면적 2000㏊) 수준인 가루쌀 생산량을 2027년까지 20만t(4만2000㏊)으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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