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극한재난과 재난의 사법화
기록적인 극한호우로 전국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군산시 어청도에서 관측된 시간당 146mm의 강우량은 자동 기상관측 이후 최고 기록이다. 기상청은 충남 서천(111mm), 부여(106mm), 금산(84.1mm)의 시간당 강우량이 2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폭우라고 발표했다.
극한호우는 시간당 50mm 이상의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를 넘는 경우, 또는 시간당 72mm 이상의 폭우를 기준으로 한다. 통계적으로 시간당 72mm의 집중호우는 10년, 100mm의 폭우는 50년, 110mm의 폭우는 100년 빈도로 예측 돼왔다. 그런데 최근 100mm를 넘는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매년 계속되고 있다. 2022년 8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내렸고, 2023년 7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506.4mm로 평년(245-305mm)의 두 배를 넘었다.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월간 강우량이다. 집중호우 기준이 시간당 30mm인 점을 고려하면, 극한호우가 일상화된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재난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뭄, 폭염, 홍수, 산불, 태풍 등 극한재난의 빈도와 규모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울리히 벡 교수는 과학화된 문명사회의 구조화된 위기를 '위험사회'로 설명했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재난은 위험사회의 위기를 넘어섰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에 따르면 2019년 1660억 달러였던 재난손실액은 2023년 2500억 달러로 50.6%나 증가했다.
극한재난의 위험은 인명, 재산, 사회 기반의 직접 손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와 같이 생태계 교란에서 비롯되는 재난위험은 경제, 사회, 정치는 물론 국가, 지역, 세계 차원에서 시스템적 위험(systemic risk)이 됐다. UNDRR은 시스템적 재난 위험에 적응(adaptation)하고, 피해를 완화(mitiattion)하며, 사회적 회복(resilience)을 위해서는 단일위험에 국한된 재난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후, 생태, 과학, 경제, 행정 등 상호의존적이고 복합적인 위험을 고려하는 시스템적 접근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시스템 차원의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재난의 사법화가 과연 극한재난의 위험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1주기를 맞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은 42명에 달한다. 미호천교 확장공사 소장과 감리단장은 1심에서 각각 7년 6개월과 6년의 실형이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오송 참사가 결코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었다고 분명한 과실책임을 물었다. 도청, 시청, 경찰, 소방 등 실무자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충북지사, 청주시장, 전 행복청장 등 재난관리 책임자의 경우 아직 수사단계다. 오송 참사의 사법적 쟁점은 재해예방과 대처를 위해 관계 법령상의 책임을 이행했는가에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과거화된 법적책임과 현재화된 극한재난의 격차에 있다. 하수, 하천, 교각, 제방 등 재난 방재 기준이 오래전에 수립된 만큼 행정적인 안전기준이 극한재난의 현실 부합하지 않고, 따라서 재난 위험을 예방, 대처하는데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예측을 뛰어넘는 극한재난이 일상화된 만큼 법적책임과 안전기준을 넘어서는 재난 대책의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 제도화된 사회기반시설의 방재 성능 목표를 상향하는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법적 기준에 국한된 안전 행정도 변화돼야 한다. 과거의 기준, 제도, 인식은 극한재난의 피해를 예방, 적응, 완화하는 데 제한적이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재난관리 체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가 재난 대응의 3원칙이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먼저 지키고, 주변의 안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되, 국가가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극한재난의 일상화, 과거의 인식, 법적인 책임, 행정적 관행을 넘어서는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윤대엽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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