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세 중 총격, 바이든 사퇴…요동치는 美 대선
TV토론 후 민주당서 바이든 사퇴 요구 분출
트럼프, 총격으로 존재감↑…바이든은 코로나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일찌감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굳어졌던 올해 미국 대선이 선거를 불과 석달반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전국민을 충격에 몰아넣는가 하면, 토론회 이후 인지력 논란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대선 후보직을 포기해 기존 대선 판세가 크게 흔들린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시작된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에서 각각 압도적인 성적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특히 지난 3월 초 '슈퍼 화요일' 이후 양측 모두 사실상 대선 후보직을 확정하며 2020년에 이은 재대결을 예고했다.
이에 이번 대선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평가가 꼬리표로 따라붙었다. 양당 후보 모두 새로운 얼굴이 아닌데다, 만 81세와 만 78세의 고령자간 대결이란 점도 유권자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렸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박빙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조사가 있었고, 역동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첫번째 대선 TV토론으로 판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토론 당시 시종일관 여유롭고 활기찼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낮고 쉰 목소리에다 집중력을 잃은 듯한 모습을 여러번 내비쳤다.
후폭풍은 거칠었다. 대상은 바이든 대통령이었으나, 진앙지는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경쟁력을 의심한 민주당 정치인, 기부자 등이 대선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차례 재선 강행 의지를 표명하며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사퇴론은 점차 확산했고 가담하는 정치인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그러던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중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일거에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했고, 바이든 대통령 사퇴론도 잠시 잦아들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잠시 여유를 만들어준 셈이다.
다만 총격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하게 다졌다.
총격으로 귀에 부상을 입고 대피하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며 "싸우자(FIGHT)"라고 외쳤고, 이틀 뒤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도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건재한 모습으로 고령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선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 아래 뭉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또다시 위기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장 유세 일정이 중단됐고, 고령의 나이 탓에 회복에 대한 우려도 컸다. 결국 민주당에선 다시 사퇴론이 불을 뿜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당내 어른들도 이에 가세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남은 임기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대선을 107일 앞둔 시점이다.
당장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로운 대선 후보를 뽑아야하는데, 내달 19~22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밖에 시간이 없다. 내달 7일 대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오하이오주에 맞추려면 더욱 서둘러야 한다.
새로운 대선후보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점도 과제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요당 후보가 대선 후보직을 사실상 확정한 이후 사퇴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공화당 입장에서도 마냥 호재로 바라보기엔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건강한 모습을 강점으로 뽐내왔는데, 젊은 후보와 맞붙을 경우 고령 우려가 집중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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