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결국 '고령 리스크'에 발목…재선 꿈 접은 바이든(종합)

이지헌 2024. 7. 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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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 때 '가교' 되겠다고 공언 후 46대 美 대통령에 당선
치적 내세워 '재선 도전' 나섰다가 당안팎 여론에 떠밀리자 '결단'
29세에 상원 의원…부통령 연임하고 4년 공백 뒤 최고령 대통령 재기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오는 조 바이든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정치가로서의 오랜 삶 속에서 좌절과 재기를 반복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나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29세의 나이에 연방 상원 의원에 당선된 이후 반세기 넘게 워싱턴 정치의 한복판에서 미국 현대사의 산 증인으로 살아온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 끝에 스스로 재선 가도에서 물러났다.

20대 상원의원 당선…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까지

'관록의 정치인'인 바이든은 정치 '이단아'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42년 11월생으로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본인 스스로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시작(Humble Beginnings)했다고 표현하는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다.

델라웨어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고 이후 시러큐스대 로스쿨에 진학해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2010년 부통령 시절 조 바이든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1970년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 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고, 1972년(29세)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공화당 현역 의원을 꺾고 당선되며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미 역사상 5번째로 젊은 나이에 당선된 것이자 국가 설립 초기를 제외하면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는 최연소 기록이었다.

이후 내리 6선을 기록하며 36년간 상원 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돼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고,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마침내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취임 당시 78세로 이미 미 역사상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겼다.

백인 중에서 소수인 아일랜드계로 가톨릭 신자다. 역대 대통령 중 가톨릭 신자는 역시 아일랜드계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거 유세 중인 조 바이든과 장남 보 바이든 (2008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정치인생 이면엔 안타까운 개인사

정치 이력만 보면 더할 수 없이 화려했던 그도 개인사는 갖은 굴곡으로 점철돼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당선 한 달만인 1972년 12월 교통사고로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잃은 바 있다.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었던 차남 헌터는 불과 3세의 나이에 이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바이든은 당시 충격으로 의원직 사임까지 고려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위기를 넘기고 이듬해 아들들이 입원한 병실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영어 교사였던 현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는 1977년 재혼해 딸을 얻었다.

장남 보 바이든은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을 두고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며 끔찍이 아꼈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보는 2015년 뇌암으로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를 했던 바이든은 장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슬픔에 빠져 출마의 뜻을 접기도 했다.

차남 헌터는 유년 시절 겪은 충격 탓인지 헌터는 젊은 시절부터 술에 빠져 살았고 마약에도 손을 댔다. 헌터가 받아온 우크라이나 기업 유착 의혹, 탈세 의혹, 불법 총기 소유 유죄 인정 등은 정치적으로도 두고두고 아버지에게 짐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교 되겠다" 공언 번복…팔순에 재선 도전

그는 2020년 3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난 나 자신을 가교(bridge) 외의 어떤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가 되면 젊고 유능한 신세대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넘겨줄 일종의 '임시 관리인'이 되겠다며 고령으로 인한 논란을 불식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가교 역할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졌다.

2020년 11월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을 뒤엎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수성에 성공하는 등 선전하자 그 기세를 업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재선 출마를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재도전에 나선 것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서 재선 도전에 의지를 내게 한 요인으로도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선언 이후 임기를 더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지속됐지만, 민주당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그의 대선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대선 후보 첫 TV 토론 벌이는 바이든(우)과 트럼프(좌)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TV토론후 '인지력' 논란 증폭…당 안팎 사퇴요구에 결국 '백기'

그는 올해 1월 시작된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진행돼 압도적 지지로 절대 다수의 대의원을 확보하며 무난히 재선 도전으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 그는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자주 넘어지는가 하면, 말실수가 잦아지면서 건강과 인지력 저하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후보 TV토론 맞대결에서 처참하게 무너지자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던 지지자들의 우려가 한꺼번에 폭발했고, 당안팎의 여론이 급격하게 '사퇴 불가피론'으로 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 안팎의 후보 사퇴 요구에 대해 "만약 전능하신 주님이 선거를 관두라고 하면 관두겠지만, 주님이 (지상에)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아 왔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당내 사퇴 요구가 주춤해지는 듯했지만, 대선 완주 시 공화당에 참패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지금껏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도전을 지지했던 민주당 지도부까지 자진 사퇴를 권유하고 나섰고,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토론 이후 24일 만인 이날 후보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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