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45년, 중국 과연 어디로 갈까
2024. 7. 22. 06:03
시진핑 3기, 마땅한 경제 청사진 제시하지 못해 곤혹
중국의 중장기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지난 7월 18일 폐막했다. 20기 3중전회는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발표했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중장기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중국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구성하고, 5년 동안 총 7차례의 전체회의(전회)를 연다. 1·2중전회에서는 인사를, 3중전회에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다룬다. 1978년 개혁·개방 확정, 1993년 국유기업 개혁, 2003년 사유재산 인정 등이 3중전회에서 결정됐다. 20기 3중전회는 통상 개최 시점보다 8개월가량 늦어졌는데, 마땅한 청사진을 찾지 못해서라는 추측도 있었다.
신화통신이 요약해 전한 결정문을 보면 당 지도부는 이번 3중전회에서 국방력 강화, 과학 인재 양성, 재정·조세·금융 분야 개혁,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 등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10년 단위 장기계획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개혁 시점은 2029년까지로 제시됐다. 구체적 결정 내용이 담긴 전문과 이에 관한 시 주석의 설명은 며칠 뒤에 나올 예정이다.
이번 3중전회에서 제시된 개혁은 시진핑 집권 1기(2013~2018년)였던 제18차 3중전회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중국공산당은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 ‘전면적 개혁의 심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호구제도 개혁, 부정부패 해결, 생태문명 건설(환경문제 해결) 등을 내세웠다. 개혁·개방 이후 역대 3중전회에서는 시장 개방, 사유재산 인정 등 자유주의 일변 개혁에서 일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이었다.
3중전회 결정사항이 알려지려면 며칠 더 지나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 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공산당 지도부가 미국과의 패권 경쟁 승리와 안보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과거의 ‘개방·자유화’만으로 풀 수 없는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1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상반기 5.0% 성장했다. 수치만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에 5.3%, 2분기 4.7%로 둔화하는 흐름이다. 내용을 보면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생산은 5.3% 증가했다. 반면 실질 구매력을 반영하는 소매 판매 증가율은 2.0% 증가에 그쳤다. 6월 소비자물가는 0.2% 증가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전월(0.3%)보다 상승폭이 떨어졌다. 상반기 성장률도 체감경기로 이어지지 않는 고정자산투자(3.9%), 그중에서도 제조업 투자(9.5%)가 이끌었다. 부동산 투자는 상반기에 10.1% 감소했다.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가 지난 6월 25일 소개한 후베이성의 소도시 화이허의 50대 농민공 천젠량의 사례는 소비 부진의 원인과 중국 경제가 처한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건설노동자로 일하면서 맞벌이로 월 8000위안(약 16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역에서 중상위 소득자로 분류됐다. 월 6000위안은 본인 노후 등을 위해 저축하고 1300위안은 어머니 양로원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나머지로 생활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금은 3개월째 실업 상태다. 중국은 1997년부터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전 국민 양로보험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도 도입이 늦은 만큼 수급액이 적다. 급속한 고령화로 기금고갈 문제까지 대두된다. 실업으로 천젠량의 노후 대비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개인의 생계뿐 아니라 중국 경제를 근본적 층위에서 흔들고 있다. 중국은 1994년 이후 조세 수입은 중앙 정부에 몰아줬다. 지방 정부는 부동산 판매 수입을 재정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소득세는 100% 중앙정부가 가져가며 GDP 대비 조세 비율인 조세부담률도 14%로 OECD 국가 평균( 21%)보다 훨씬 낮다. 이는 외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지방정부가 앞다퉈 부동산 개발에 나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이는 지방정부 재정위기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41조7000억위안(약 7900조원)이다. 동북 지역의 랴오닝, 헤이룽장성 등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방정부에서는 버스 운영을 중단하고,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이번 3중전회에서 조세·재정 개혁과 법치 강화를 언급한 배경이다. 부동산 판매가 아닌 조세 위주의 재정 정책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20기 3중전회에서는 ‘사회주의’를 곳곳에서 강조했다. ‘시진핑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는 구절도 결정문에 포함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급증을 비롯해 실제 중국 사회의 불안 요소를 반영한 대목이다.
천젠량처럼 실업자가 된 이들은 플랫폼 배달원, 차량공유 서비스 기사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플랫폼 노동자는 약 2억4000만명으로 생산인구의 약 27%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도 2010년대 중반 이후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는 동안 플랫폼 노동은 실업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충칭, 쑤저우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 도시들이 지난 3~4월 차량공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신규 진입을 경고했다.
이번 3중전회에서 분배에 관한 획기적인 개혁안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과학기술’과 ‘고품질 발전’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과학기술을 동력으로 첨단산업을 재편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뇌과학, 수소에너지, 6G 통신, 신소재 등 분야에 대대적 인재 육성과 투자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대비하는 취지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베이징에서 과학자들과 만나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10년 동안 칼 한 자루를 간다)의 자세”를 주문했다.
안보 우선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3중전회 결정문에 “국가안보가 중국식 현대화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밝혔다. 국방 분야에 대한 대대적 투자도 예고했다. 즉 ‘방향 전환’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강화된 반간첩법을 시행하는 등 안보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 1∼6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1% 줄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차이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여파로 반도체 하위 기업들은 도산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내부적으로는 46년이 돼가는 개혁·개방 정책 결과 쌓여온 부작용이 커지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서방의 견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도부가 내놓은 답은 ‘사회주의 사상 교육의 심화’, ‘안보’, ‘과학기술’ 그리고 ‘재정개혁’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과학기술’과 ‘사상’이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는 3중전회 결과를 전망하며 “시 주석의 세계관에서 과학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라고 논평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중국의 중장기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지난 7월 18일 폐막했다. 20기 3중전회는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발표했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중장기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중국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구성하고, 5년 동안 총 7차례의 전체회의(전회)를 연다. 1·2중전회에서는 인사를, 3중전회에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다룬다. 1978년 개혁·개방 확정, 1993년 국유기업 개혁, 2003년 사유재산 인정 등이 3중전회에서 결정됐다. 20기 3중전회는 통상 개최 시점보다 8개월가량 늦어졌는데, 마땅한 청사진을 찾지 못해서라는 추측도 있었다.
신화통신이 요약해 전한 결정문을 보면 당 지도부는 이번 3중전회에서 국방력 강화, 과학 인재 양성, 재정·조세·금융 분야 개혁,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 등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10년 단위 장기계획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개혁 시점은 2029년까지로 제시됐다. 구체적 결정 내용이 담긴 전문과 이에 관한 시 주석의 설명은 며칠 뒤에 나올 예정이다.
20기 3중전회 18일 폐막
이번 3중전회에서 제시된 개혁은 시진핑 집권 1기(2013~2018년)였던 제18차 3중전회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중국공산당은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 ‘전면적 개혁의 심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호구제도 개혁, 부정부패 해결, 생태문명 건설(환경문제 해결) 등을 내세웠다. 개혁·개방 이후 역대 3중전회에서는 시장 개방, 사유재산 인정 등 자유주의 일변 개혁에서 일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이었다.
3중전회 결정사항이 알려지려면 며칠 더 지나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 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공산당 지도부가 미국과의 패권 경쟁 승리와 안보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과거의 ‘개방·자유화’만으로 풀 수 없는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1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상반기 5.0% 성장했다. 수치만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에 5.3%, 2분기 4.7%로 둔화하는 흐름이다. 내용을 보면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생산은 5.3% 증가했다. 반면 실질 구매력을 반영하는 소매 판매 증가율은 2.0% 증가에 그쳤다. 6월 소비자물가는 0.2% 증가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전월(0.3%)보다 상승폭이 떨어졌다. 상반기 성장률도 체감경기로 이어지지 않는 고정자산투자(3.9%), 그중에서도 제조업 투자(9.5%)가 이끌었다. 부동산 투자는 상반기에 10.1% 감소했다.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가 지난 6월 25일 소개한 후베이성의 소도시 화이허의 50대 농민공 천젠량의 사례는 소비 부진의 원인과 중국 경제가 처한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건설노동자로 일하면서 맞벌이로 월 8000위안(약 16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역에서 중상위 소득자로 분류됐다. 월 6000위안은 본인 노후 등을 위해 저축하고 1300위안은 어머니 양로원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나머지로 생활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금은 3개월째 실업 상태다. 중국은 1997년부터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전 국민 양로보험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도 도입이 늦은 만큼 수급액이 적다. 급속한 고령화로 기금고갈 문제까지 대두된다. 실업으로 천젠량의 노후 대비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개인의 생계뿐 아니라 중국 경제를 근본적 층위에서 흔들고 있다. 중국은 1994년 이후 조세 수입은 중앙 정부에 몰아줬다. 지방 정부는 부동산 판매 수입을 재정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소득세는 100% 중앙정부가 가져가며 GDP 대비 조세 비율인 조세부담률도 14%로 OECD 국가 평균( 21%)보다 훨씬 낮다. 이는 외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지방정부가 앞다퉈 부동산 개발에 나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이는 지방정부 재정위기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41조7000억위안(약 7900조원)이다. 동북 지역의 랴오닝, 헤이룽장성 등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방정부에서는 버스 운영을 중단하고,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이번 3중전회에서 조세·재정 개혁과 법치 강화를 언급한 배경이다. 부동산 판매가 아닌 조세 위주의 재정 정책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20기 3중전회에서는 ‘사회주의’를 곳곳에서 강조했다. ‘시진핑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는 구절도 결정문에 포함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급증을 비롯해 실제 중국 사회의 불안 요소를 반영한 대목이다.
천젠량처럼 실업자가 된 이들은 플랫폼 배달원, 차량공유 서비스 기사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플랫폼 노동자는 약 2억4000만명으로 생산인구의 약 27%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도 2010년대 중반 이후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는 동안 플랫폼 노동은 실업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충칭, 쑤저우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 도시들이 지난 3~4월 차량공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신규 진입을 경고했다.
이번 3중전회에서 분배에 관한 획기적인 개혁안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과학기술’과 ‘고품질 발전’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과학기술을 동력으로 첨단산업을 재편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뇌과학, 수소에너지, 6G 통신, 신소재 등 분야에 대대적 인재 육성과 투자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대비하는 취지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베이징에서 과학자들과 만나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10년 동안 칼 한 자루를 간다)의 자세”를 주문했다.
안보 우선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3중전회 결정문에 “국가안보가 중국식 현대화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밝혔다. 국방 분야에 대한 대대적 투자도 예고했다. 즉 ‘방향 전환’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강화된 반간첩법을 시행하는 등 안보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 1∼6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1% 줄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차이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여파로 반도체 하위 기업들은 도산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내부적으로는 46년이 돼가는 개혁·개방 정책 결과 쌓여온 부작용이 커지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서방의 견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도부가 내놓은 답은 ‘사회주의 사상 교육의 심화’, ‘안보’, ‘과학기술’ 그리고 ‘재정개혁’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과학기술’과 ‘사상’이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는 3중전회 결과를 전망하며 “시 주석의 세계관에서 과학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라고 논평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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