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로 절반이 뒤엉켜 엉금엉금 28분…집회가 만든 6.9㎞ 운전지옥
집회 있는 주말과 없는 주말 비교 운전해보니
용산 이촌역서 경복궁역까지 6.9㎞ 구간
집회 있는 날엔 28분, 집회 없으면 17분…40% 차이
“우회해서 가느라”…대중교통 이용 불편 ‘가중’
[이데일리 손의연 황병서 기자·김세연 수습기자] 지난 6일 토요일 오후 1시49분. 서울 동작구 이촌역에서 내비게이션에 경복궁역을 행선지로 입력하자 도착예정시간이 2시 16분이 떴다. 불과 6.9㎞ 거리에 27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이날 전국공무원노조가 오후 2시부터 경복궁역 앞 차로에서 1만 6000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오후 1시 50분께 확인한 도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선 이미 경복궁역 앞 왕복 8차선 도로 중 4개 차선에 집회 참가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행진을 위해 서울역과 시청 동편까지 집회 신고했다. 답답한 운전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됐다.
용산~경복궁 도심 6.9㎞ 구간, 집회 땐 40% 감속
이데일리는 지난 6일과 13일 집회·시위가 있는 날과 없는 날 간 서울 도심의 교통 체증의 정도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같은 구간 도로를 주행했다. 운행 구간은 서울 용산구 이촌역에서부터 신용산역, 삼각지역, 서울역, 시청광장 등을 거치게 설정했다. 대통령실이 이전한 후 집회·시위가 가장 빈번한 용산 인근을 포함했고 평소에도 집회·시위가 자주 있는 광화문과 시청광장도 거치도록 구간을 잡았다.
전국공무원노조원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6일 오후 1시49분부터 이촌에서 삼각지역, 서울역을 지나 경복궁역까지 가는 구간에서 마주친 집회 현장은 총 3곳이었다. 실제 삼각지역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차들이 멈춰 서기 시작했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차선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삼각지역 2번 출구에선 보수단체가 3개 차선에서 집회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곳에 ‘집회로 인해 임시 승하차 장소입니다’는 표지를 두고 버스 임시정류장을 설치해두기도 했다.
이 구간을 지나자마자 또 다른 집회가 차선 2개로를 차지하고 있었다. 갈월동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면서 반대 차선을 보니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대형버스 10여대가 가장자리 차선에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이 영향으로 집회 장소를 지날 때마다 차선의 흐름이 엉키며 일시적인 정체가 반복됐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17분, 경복궁역 인근에는 집회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당초 정했던 구간까지는 내비게이션 예상시간보다 1분이 더 걸린 상황. 사실 문제는 그 이후가 더 컸다. 이곳부터 차들이 본격적으로 막히기 시작하며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반대 차선에 집회가 벌어지는 상황이어서 유턴을 할 수 없었고,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운전자들이 몰리면서 그 일대를 벗어나는 데만 수십분이 소요됐다.
반면에 집회가 열리지 않았던 지난 13일 토요일 같은 구간을 운전했다.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7분이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서울 용산구의 이촌역 2번 출구 앞에서 출발했다. 운전을 시작한 지 4분이 지났을 무렵,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사거리에 도착했다. 전주 집회가 벌어지고 있을 때 이 곳까지 10분이나 걸렸던 걸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숙대입구역까지는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회가 벌어지지 않아 차선 제한 없이 가는 동안 교통 체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역까지는 12분, 광화문광장 인근까지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사고가 벌어져 구급차가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긴 했으나 교통흐름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집회가 있던 날과 비교하면 11분을 단축한 상황으로, 오후 1시57분께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양일 우리가 설정한 구간에 걸린 시간은 각각 28분, 17분으로 집계됐다. 속도로 환산하면 각각 시속 14.8㎞와 시속 24.4㎞다. 즉,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는 날에 평소보다 약 40% 가량 속도가 줄어든 셈이다. 앞서 ‘도심 집회 시위에 따른 교통영향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의 분석과 일치하는 결과다.
이 같은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 체증은 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심에 사는 이들은 주말 일상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는 날이면 버스가 집회 장소를 우회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장모(26)씨는 “주말 약속이 광화문 부근에서 자주 있는데, 시위가 벌어지는 주말이면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가 우회해서 안 오니까 약속 시간에 늦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26)씨는 “주말에 광화문쪽 전시장에 갔는데 지도에서 버스로 알려주는 대로 탔지만 시위 때문에 돌아간다고 해서 내리라고 하더라”며 “더 멀어진 곳에서 내려줘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집회·시위가 늘 있다’는 인식으로 광화문은 운전자들이 기피하는 장소로 꼽히고 있다. 주말에 차를 끌고 광화문 인근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시민들도 있다. 직장인 최모(33)씨는 “광화문에서 약속을 많이 잡았는데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날 소란스럽기도 했고 버스를 원하는 곳에서 타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집회, 시위가 없는 곳에서 약속을 잡자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모(30)씨는 “서울에 나갈 때도 차를 꼭 가져가는 편인데 주말에 집회 장소를 지나다가 약속을 펑크내고 하루 스케쥴을 망쳤다”며 “결혼식 등 주요 행사 또는 약속이 있으면 서울 도심까지 가야 하는데 늘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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