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체불임금 대신 주고 '3.3조' 회수 못해…42%는 4년 넘어
사업비 규모 5년간 49.4%↑…미회수액은 62.7% 늘어
체불청산지원융자사업도 5년 새 미상환금 3배 증가
"임금채권보장기금 부실 방지 위해 회수실적 제고해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근로자에게 체불임금을 일단 지불해주고 사업주에게 추후에 돌려받는 '대지급금' 미회수액이 지난해 기준 3조33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년 넘게 받지 못한 채권이 42.0%에 달해, 보다 강력한 회수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예정처는 지난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지급금 제도는 정부가 도산한 회사를 대신해 체불임금을 일단 지급하는 제도로, 크게 기업이 파산하거나 도산한 경우 청구할 수 있는 '도산 대지급금'과 도산 여부에 관계 없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청구할 수 있는 '간이 대지급금'으로 나뉜다.
지난 2021년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으로 법원 판결이 없더라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로 대지급금 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됐고, 간이 대지급금 지급대상도 재직자로 확대하는 제도 개편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 지방노동관서에 체불을 신고한 뒤 임금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거나, 체불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대지급금을 청구하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체불사업주를 상대로 대위권을 행사해 변제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정작 지급된 금액에 비해 회수한 비율은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이 예정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지급금 지급 사업비 규모는 2019년 4598억여원에서 2023년 6869억여원으로 최근 5년 간 49.4%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 누적징수결정액 6조9240억여원 중 회수금액은 2조1394억여원으로 30.9%에 그쳤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변제금 누적회수율이 9.9% 하락한 반면, 미회수액규모는 같은 기간 62.7%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미수납채권은 3조3298억원에 달하는데, 특히 이 중 4년을 경과한 채권이 42.0%(1조3986억여원)를 차지했다. 4년 넘게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1조가 넘는 것이다.
특히 유형별로 살펴봤을 때, 제도 개편으로 지급 절차가 간소화된 간이 대지급금의 누적회수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산 대지급금 누적회수율은 ▲2019년 38.7% ▲2020년 39.2% ▲2021년 39.8% ▲2022년 40.7% ▲2023년 41.1%였다. 반면 간이 대지급금 누적회수율은 ▲2019년 12.7% ▲2020년 12.8% ▲2021년 14.6% ▲2022년 16.0% ▲2023년 16.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예정처는 "간이 대지급금의 지급대상 확대, 지급절차 간소화 등으로 인해 2018년 대지급금 지급액의 49.9% 수준이었던 간이 대지급금 비중이 2023년에는 9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대지급금 누적회수율 하락 추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지급금 미회수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사업주의 대지급금 변제금 및 부담금과 기금운용 수익금 등으로 조성되는데, 2023년 기준 175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제도 변화에 따른 수요 확대로 대지급금 사업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변제금 회수율이 낮고 미수납채권에서 부실채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변제금 회수율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임금채권 보장기금의 재전건전성을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체불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에게 최대 1억5000만원의 융자를 실시하고, 근로자에게 생계비로 최대 1500만원의 융자를 지원하는 '체불청산지원융자' 사업 역시 미회수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청산지원융자 사업에 따른 누적 미상환금은 346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2019년(108억6600만원)보다 약 3배 증가한 금액이다.
예정처는 "체불청산지원융자의 사업비 규모 확대는 대지급금보다 융자제도 활용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 개편에 따른 것"이라며 "제도 활성화에 따라 향후 누적미상환금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임금채권보장기금 부실화 방지를 위한 융자금 미상환금 회수실적 제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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