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3주 버티다 ‘백기’…TV토론 거센 역풍에 고립무원

이본영 기자 2024. 7. 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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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선 후보 전격 사퇴 전말
취임 때부터 고령 논란…날마다 최고령 기록
반전 노리고 나선 TV 토론이 거센 역풍으로
측근들 등 돌리고 여론·자금도 불리하자 ‘결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 기자 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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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요구에 저항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백기를 들면서 3주에 걸친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한 달도 남기지 않고 후보직에서 물러난 그의 선택이 대선 승부와 미국 민주주의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81살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나이 논란에 시달려왔다. 그는 2021년 1월 만 78살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 이후로 날마다 최고령 미국 대통령 기록을 갈아왔다. 그 전에는 77살 때 임기를 마친 로널드 레이건(1981~89) 전 대통령이 최고령 기록 보유자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나라 이름과 각국 정상 이름을 잘못 말하거나, 다리에 힘이 빠진듯 넘어지거나,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 쪽은 원래부터 말실수를 가끔 한다거나, 80살의 의미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식으로 해명하며 논란을 넘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4년 임기를 마치고 재선에 도전하기로 하자, 86살까지 임기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논란이 본격화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보다 4살 아래라 역시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비하면 꽤 정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더욱 대비가 됐다.

이런 터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난달 27일 조기 텔레비전 토론에 합의하면서 ‘자책골’을 넣은 셈이 됐다. 양당 전당대회로 후보가 공식 지명되기도 전에 텔레비전 토론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이 계속 뒤지자 이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덤벼라”라는 말로 호기까지 내보였다. 하지만 막상 토론 무대에 선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등장하더니 심하게 말을 더듬고, 문장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잇따른 거짓말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노령과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를 크게 증폭시켰다.

극소수 민주당 하원의원부터 시작한 사퇴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에는 그가 부통령으로 8년간 함께 일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동료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유지를 재고해야 한다거나, 그의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언급을 측근들에게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단독 회동에서 사퇴를 촉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3주가량 ‘참호’를 깊게 파고 앉아 저항했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부진했던 것은 감기에 걸린데다 유럽 방문 때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는 자신에게 맞서고 싶은 사람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전당대회에서 도전하라”고 했다.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사퇴 여부를 끈질기게 묻는 기자들에게 역정까지 내면서 “내가 최선의 자격을 갖췄다”, “난 일을 끝마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큰 용기와 결의를 지닌 푸틴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와 선거자금 모금 등 객관적 상황도 바이든 대통령이 더 버티기는 어려운 쪽으로 흘러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이 기정사실이 돼가던 지난해 말 이래 여론조사에서 상대를 거의 앞서지 못했다. 최근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경합주들은 물론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여러 주에서도 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도 민주당 쪽에는 충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원들의 60~70%가 대통령 후보 교체를 원한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자, 그동안 우위를 보이던 선거자금 문제도 불거졌다. 민주당 고액 후원자들이 잇따라 지원을 중단했고, 2분기에는 모금액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졌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가 6월에 모금한 돈의 93%를 이미 써 자금 사정이 안 좋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 평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회 고전 덕에 기부액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17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칩거에 들어가자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튿날 그가 중도 하차 문제를 놓고 성찰에 들어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의 선거캠프는 19일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주에 선거운동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이제 그럴 일은 없어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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