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흔든 최악의 IT 대란…"빅테크 의존 탈피해야"
전세계 완전 복구까지 수주일 걸릴 수도
윈도 기기 1% 영향에도 파급력은 상당
빅테크 기업 의존적 구조…예견된 사고
전세계를 강타한 'IT 대란'으로 이른바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완전 복구까지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극소수 빅테크에 집중된 정보통신 기술의 구조적 위험성을 돌아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IT 대란, 완전 복구에 수주 걸린다
영국 서리대 사이버 보안 교수인 앨런 우드워드는 가디언에 "IT 장애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향 받은 시스템을 수동으로 재부팅해야 한다"며 "수천대의 운영 PC가 서로 다른 위치에 분산돼 있는 조직에는 더욱 어려운 작업이라 복구에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공인 IT 기관인 BCS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애덤 레온 스미스 BCS 연구원은 "컴퓨터가 블루스크린과 무한 루프에 빠지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완전 복구에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IT 대란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많은 고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도 완전 복구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향 받은 기기 1% 미만"이라지만…
이번 IT 대란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업데이트 패치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하면서 빚어졌다. 충돌은 전세계 여러 기관과 기업의 시스템 서버 역할을 하는 MS 클라우드 '애저'(Azure)에서 발생했다.
MS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가 영향을 끼친 윈도 기기는 850만대로, 모든 윈도 기기의 1% 미만"이라고 밝혔지만,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대기업이라 피해가 커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지난해 말 기준 기업 고객 2만9000곳 이상을 확보중이다. 특히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고객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경우 기업 한곳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거래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IT 대란의 파급은 상당했다. 미국과 호주·유럽 등 전세계에서 항공사·은행·미디어·병원·물류·통신 등 주요 산업과 서비스 분야 시스템이 마비됐다.
항공 분석 회사 시리움에 따르면 IT 대란이 일어난 19일 전세계에서 예정된 11만개 이상의 상업 항공편 중에 5000여편이 취소됐다. 온라인으로 티켓 발권과 체크인이 되지 않으면서 미국과 싱가포르·독일·네덜란드 등 주요 공항에서는 수기 탑승권을 발행했다.
금융기관인 JP모건체이스·노무라홀딩스·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직원들은 회사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로그인을 할 수 없었고, 하이통증권의 거래 시스템은 3시간 동안 멈췄다. 국내에서도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권 발권·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온라인 게임에서도 장애 현상이 나타났다.
"빅테크 의존 탈피…멀티 클라우드 필요"
전문가들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이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극소수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에서 IT 대란은 예견된 사고라고 분석한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31%로 가장 높다. MS 클라우드 애저가 25%로 뒤를 잇고, 구글 클라우드도 1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빅테크 3곳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셈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데이터 센터 설치와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일반 기업들은 선뜻 사업에 뛰어들기 힘들다. 반면 빅테크들은 기존 점유율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하면서 영역 확장에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각국 주요 기관과 기업 대부분이 아마존·MS·구글 등 빅테크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로 인한 피해는 전세계 규모로 번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에는 AWS가 4시간여 동안 서비스 장애를 일으켜 전세계 수만개의 웹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이후 2020년에는 구글 클라우드에 1시간가량 장애가 발생해 일부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다.
조지타운대학 맥도너경영대학원의 마셜 럭스 객원 연구원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이 회사가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니 놀랍다"며 "상호 연결성과 집중화에 따른 문제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레고리 팰코 미국 코넬대 공학과 조교수는 "소수 기업의 기술 시장 장악이 훨씬 더 확고해졌다"며 "우리가 극소수 회사에만 의존하고, 모두가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동시에 그리고 함께 다운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멀티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단일 클라우드가 아닌 복수의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구축해 한 클라우드 제공자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서비스는 문제가 없도록 하는 방안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플랫폼은 AWS(60.2%)와 애저(24.0%)가 전체 80%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멀티 클라우드 비율은 44.7%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마저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멀티 클라우드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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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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