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국시 접수…의료공백 장기화 분수령
의대생 96% 국시 거부…의사 인력 수급 '위기'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22일부터 시작된다. 초미의 관심은 지원자가 얼마나 몰리냐이다. 최악의 경우 의대 교육에서부터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양성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각 수련병원은 이날 병원 홈페이지에 전공의 채용 공고를 올리고, 진료과별 모집 인원, 필기시험 및 실기시험 일정, 지원자격, 시험별 배점 비율 등을 공개한다.
원서접수는 오는 31일까지다. 수련병원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필기·실기 시험 및 면접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선발된 인원은 9월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앞서 전국 수련병원 151개 중 110개 병원에서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7707명을 뽑겠다고 정부에 신청했다. 그중 '빅5' 병원은 사직자의 87.9%인 2883명을 선발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1019명, 서울대병원 191명,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729명, 서울아산병원 423명, 삼성서울병원 521명 등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의사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다수 병원들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모집 인원이 미달한다고 할지라도 추가 모집은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응시자가 정원에 미달하더라도 수련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선발하지 않을 계획이며, 통상적으로 그래왔다"고 말했다.
사직 1년도 안 된 전공의를 같은 전공, 같은 연차로 다른 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수련특례'는 이번 하반기 모집에 한해 허용한다. 다시 말해 이번에 지원하지 않으면 내년 9월에나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은 이번 하반기 모집에 전문의 시험을 앞둔 레지던트 3,4년차 정도가 지원할까 대부분이 관심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방 출신 전공의들이 빅5 병원에 입성할 기회로 삼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지만 '배신자', '기회주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데다 교수 사회에서도 이렇게 뽑힌 전공의들을 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존재하다.
실제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의료기관의 향후 전공의 정원을 볼모로 9월 전공의 모집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제를 달긴 했지만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계에서는 올해 3월 기준 전공의 1만 4531명 중 1만 1000명에서 1만 2000명이 수련을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30~40%에 달했던 대형병원들은 당장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 지 고민이 깊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 의료인력 충원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이날부터 응시자 지원을 받는 의사 국시에 의대생들이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의사 국시는 의대 본과 4학년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인데,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시험과 이듬해 1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응시 대상자를 확인하기 위해 각 의대는 졸업 예정자 명단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응시 예정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불가하다.
그런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시 통과자가 없어 의사 배출이 되지 않으면 수련병원에 들어갈 전공의(인턴)도 없는 것이어서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의대증원에 반발해 휴학 또는 유급 위기에 놓인 의대생 상황까지 고려하면 의사인력 수급의 난맥상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등의 문제가 노출되기도 했지만 의대생-전공의-전문의로 이어져온 의사 인력 배출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가 이것까지 생각해야 할 텐데 도대체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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