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발령 난 남편... "자녀 교육을 위해 따로 살아야 하나요?"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학군지, 교육 인프라와 질 좋지만
비용 및 자녀 자존감도 고려해야
부부 별거 상황도 깊은 고민 필요
Q :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주부입니다. 지금은 남편을 따라 온 식구가 지방 혁신도시에 내려와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아이 대학 진학을 위해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로 이사 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또 누구는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지방으로 조기 이사를 오는 판에 왜 서울로 가느냐’고도 합니다. 부부가 떨어져 살면 다른 문제도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A :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입시 강연 때마다 비교적 젊은 학부모들에게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바로 “꼭 학군지로 가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번 사연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하나는 교육 인프라를 위해 서울로 가느냐, 둘째는 자연스럽게 생긴 지역 이점을 포기하느냐, 셋째는 부부가 별거할 때 생길 가정적인 문제가 있느냐다.
먼저, 교육 인프라를 위해 서울로 가야 할까? 이 문제는 비단 서울과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울 내에서도 이른바 '학군지'로 들어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많은 학부모가 고민하고 있다. 학군지란, 학원이 밀집해 있고 교육의 질이 높은 학교가 위치한 이른바 ‘학습 분위기가 좋은' 지역을 일컫는다. 전통적으로 서울의 대치동과 목동이 대표적이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치안이 좋고 유해시설이 적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우면서 교육하기 좋은 지역을 통칭한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지방 혁신도시 교육 환경은 서울 학군지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지방 혁신도시에서 학군지로 이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학군지는 내신에 불리한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고등학교 진학에 맞춰 학군지를 벗어나는 걸 고민하는 학부모도 있다. 그러나 한번 경험한 학군지의 인프라를 포기하기 쉽지 않아 고민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만약 정시모집 비중이 지금보다 늘면, 학군지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다만 학군지 진입 전에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학군지는 좋은 교육 인프라라는 큰 이점이 있지만, 각종 비용이 크다. 또 성적이 우수한 학생 사이에서 자녀의 자존감이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학군지로 진입하기 전 가계 수입과 아이의 학습 패턴과 수준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학군지에서 잘 적응할 자신이 없다면 지방에서 내신을 챙기며 인터넷 강의를 이용하는 게 낫다. 인터넷 강의에도 충분히 알찬 강의와 정보가 있을뿐더러, 교사들에게 주목을 받으면 상승 모멘텀까지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약학 계열 지역인재전형에서의 이점과 관련된 고민이다. 만약 자녀가 오로지 의약학 계열 진학을 원한다면 지방 혁신도시에 남는 편이 낫다. 최근 의과대학 증원으로 일부 서울 지역 학부모가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지방으로 조기 이사를 가는 ‘신(新)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특정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의약학 계열에 입학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2028학년부터는 6년(수도권 이외의 지역 중학교 3년, 해당 지역 고등학교 3년)을 지역에 있어야 한다. 이 제도는 지방 혁신도시 고등학생에게 매우 유리하다.
세 번째는 부부간 별거 문제다. 이것이 사실상 어쩌면 가장 심각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당분간일 줄 알았던 별거가 실제 이혼이나 심각한 가정불화로 이어진 사례를 주변에서 들으니 불안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부부가 따로 사는 경우 자녀 교육뿐 아니라 소통의 어려움으로 여러 갈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녀 교육은 교육 방식 견해 차이, 어느 한쪽의 과도한 교육 열망 등 이성적인 고민과 함께 감정적인 고민을 같이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면 감정적인 거리감을 메우기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별거 상태에서 경제적 문제까지 겹치면 감정의 골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교육을 위해 학군지로 진입하더라도 꼭 시간을 따로 내 부부가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가족의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 간 원활한 소통과 상호 이해만이 부부 사이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꼭 숙지해야 한다.
종합하자면 자녀가 오로지 의약학 계열을 희망하면 지방 혁신도시에서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편이 좋다. 의대 진학보다는 전반적인 학습의 질 향상을 꾀한다면 학군지로의 진입도 고려할 만하다. 다만 무작정 학군지로 가기 전에 아이의 학습 습관이나 성적, 가정 내 경제적 상황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 근무하는 남편과 별거하게 된다면 자녀 교육에만 관심을 갖기보다는 가정 내 소통을 우선시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자녀 교육과 화목한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910130001249)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314490000357)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709560000255)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309110003573)
이만기(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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