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눈물, 가자지구의 절망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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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다.
지난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는 차에서 안내자로부터 들었던 첫 설명은 공습 경보 발령 시 대응 요령이었다.
닷새간 묵었던 텔아비브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아파트 건물이 이스라엘 출국 3시간 뒤 예멘 반군 후티 드론 공격에 피습돼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 전쟁 이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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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다.
지난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는 차에서 안내자로부터 들었던 첫 설명은 공습 경보 발령 시 대응 요령이었다. “미사일은 경보 후 10초에서 1분 내에 날아옵니다. 경보가 울리면 가까운 건물 대피소로 들어가거나, 차에서 내려 뒷목을 가리고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친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가 위협하는 레바논 접경 북부 지역은 국경선 4㎞ 내 거주자 6만 명이 소개되는 등 추가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텔아비브 해변에선 수영을 즐기는 국민들도 있었지만, 일선에선 M4 소총을 멘 민간인 중심 자경대까지 꾸려진 전시 상태였다.
실제 전쟁 상황이 시간차로 비껴가기도 했다. 닷새간 묵었던 텔아비브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아파트 건물이 이스라엘 출국 3시간 뒤 예멘 반군 후티 드론 공격에 피습돼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아 민간인 등 1,200여 명이 희생된 남부 지역을 방문했던 15일 오전에도 한 시간 새 10여 차례의 포성이 1.6㎞ 밖 가자 쪽에서 들려왔을 정도로 전쟁은 현재진행형이었다.
10·7 이후 이스라엘 사람을 지배하는 감정은 슬픔과 분노였다. 텔아비브 중심가 예술박물관 광장은 ‘인질과 실종자 광장’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4·16 세월호 참사 추모 현장처럼 10·7 희생자와 납치 피해자를 기리는 전시물로 가득했다. 251명의 인질 중 아직도 붙잡혀 있는 120여 명의 가족들은 눈물 속에서 광장을 지키며 아들, 딸,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간인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희생된 상황이 1948년 건국 후 처음이었다는 점은 이스라엘의 분노를 더 키웠다. 이스라엘판 9·11이었다. 수천 년간 주변의 적들과 싸우고,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이겨내며 쌓였던 불안감이 현실이 됐다는 충격이 컸다.
분노는 복수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가자 내 하마스 테러리스트와 민간인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지만, 3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원한이 복수를 부르고, 그 복수가 또 다른 절망을 낳는 비극의 반복이었다.
여기에 강대국 개입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꼬이고 있다. 이란은 ‘저항의 축’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등의 뒷배이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런 이란을 지지한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 무기 지원에 총력을 다한다.
이스라엘인 대부분은 평화를 기원했다. 전쟁 장기화로 경제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 목표가 ‘하마스 절멸’이라면 이대로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여러 이스라엘 전문가와 민간인들은 하마스가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마스 제거 이후에도 가자에서 제2의 무장 조직, 테러리스트가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사실상 이란과의 전쟁인 만큼 승패 결론이 나기도 힘든 형국이다.
평화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스라엘에선 외교 해법이 있다면 환영하겠다고 하면서도 휴전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도 빛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 전쟁 이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전쟁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끝내야 할 전쟁을 끝내지 못한다면 쌓이는 건 증오뿐이다.
이스라엘 국민과 가자 민간인들이 이 짙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아가길. 그 길을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상원 국제부장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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