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기고 민주주의 지킨다"던 바이든 사퇴…그의 '말말말'
"나도 내 나이 몰라" 익살 떨던 바이든
TV토론 참패 후 "대통령이 시간제냐" 여론 급격히 악화
"내가 몇 살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이는 등록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지난해 4월,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대통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현지 취재진 질문에 "나이를 모르겠다"는 익살로 응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나이 든 대통령이다. 2021년 1월 취임 당시 78세 61일이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78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내년 취임일 기준 78세219일로, 바이든 대통령을 넘어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든 역대 최고령 기록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토론 내내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거나 멍한 모습을 보였고, 곧바로 건강 문제가 불거졌다. 토론 직후 보좌진이 악시오스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업무에 무리가 없다(dependably engaged)"고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엑스 등 SNS에서는 "대통령이 시간제 근무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 회의에서 "앞으로 저녁 8시 이후 행사는 피하고 수면시간을 늘리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틀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니아 유세장에서 총격을 받은 뒤 주먹 쥔 손을 흔들면서 "싸우자"(fight)고 수차례 외치는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대중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면서 바이든 사퇴론은 더 커졌다.
민주당 후원자들은 토론 후 '후원 보이콧'을 선언했고, 의회에서는 상·하원 가리지 않고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ABC뉴스와 NYT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사퇴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 등에 따르면 다혈질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석상 아래에서 사퇴론에 대해 상당한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러시아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다시 결집하고, 고금리 기조에도 경기침체 없이 경제를 연착륙 시키는 데 성공했음에도 사소한 말실수만 트집 잡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토를 다시 결집한 게 누구냐"며 하원 의원 앞에서 언성을 높였다는 말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NBC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보다 겨우 3살 많다. 지금도 상당히 예리한 인물"이라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117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델라웨어 자택에 자가격리돼 선거유세를 중단했음에도 지난 주말 성명을 내어 "완치후 선거유세를 재개하고 트럼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주말께 사퇴 압력을 공개성명으로 발표했고, 당내 지도부들에 주요 원로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하면서 그의 고집은 주말을 넘기지 못하고 사흘 만에 꺾이게 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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