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일찍한 TV토론…맹추격하던 바이든, 고령논란에 하차
반전 노렸던 첫 대선 TV토론 '참사'로 고령 논란 격화,
'피격' 앞세운 트럼프 강세에 민주당 내 사퇴 압박 고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결국 재선 도전을 멈췄다. 11월 대통령 선거 공식 출마 선언 전부터 거론됐던 '고령 문제'에 끝내 발목을 잡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고령 문제는 2020년 대선 때부터 제기됐다. 당시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재선 도전이 힘들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재선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2020 대선 출마 선언 4주년이 되는 2023년 4월 25일(현지시간) "임무를 마치도록 시간을 더 달라"고 호소하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지지율 격차를 줄이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지난 6월 TV토론과 7월 펜실베이니아 총격 사건 이후 치솟은 '트럼프 승리' 관측과 민주당 최고지도부 등 최측근들의 사퇴 요구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며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직을 자의로 반납했다.
선거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집계에 따르면 42%대까지 추락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6월 45%까지 오르며 트럼프 전 대통령(44.1%)을 앞질렀다. 이후 트럼프 캠프 측이 '신체 상태 정상·정신건강 탁월' 등의 내용이 담긴 건강진단서를 공개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가 재점화되면서 지지율은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3%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를 0.3%포인트까지 줄이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추격하며 '최고령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27일 CNN이 주관한 대선 후보 첫 TV토론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 줄이고자 했다. 그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 토론은 4년 전 대선 첫 TV토론이 9월 말에 열린 것을 감안하면 바이든의 '승부수'였다. 올해 첫 토론은 참고할 만한 원고와 참모진 없이 진행돼 해당 토론을 잘 마치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고령' 논란이 잠재워질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를 시도하는 등 '통합'을 앞세워 분위기를 되찾아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이후 이틀 뒤부터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7월15~18일)에 예정대로 참석하며 대선 승리 분위기를 이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재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피격 사건 이후 잠잠해진 민주당 의원들의 '후보 교체' 목소리는 다시 커졌다. RCP 집계에 따르면 TV토론 이후부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까지인 6월28일~7월18일 기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4.7%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3%포인트가 낮았다.
갈수록 고조되는 사퇴 압박에도 버티던 바이든 대통령은 척 슈머 등 민주당 최고지도부에 이어 그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 '사퇴 결단'을 요구하자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결국 재선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거의 확신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기운 분위기가 민주당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해리스 부통령 등 다른 민주당 인사가 대선 후보로 나와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위협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번 대선 경쟁에서 기세를 회복할 선택권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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