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드러내며 기억은 강렬하게

김민 기자 2024. 7. 22.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멕시코에서 전시를 열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인 아침 김조은의 개인전 '최소침습'에는 두 겹으로 된 비단 그림이 있다.

'Unshoved(빼내다, 내 목에서 뼈를 꺼내는 엄마 위 생선요리)'라는 제목의 그림 위 겹에는 생선 요리가, 아래 겹에는 딸의 목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주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전시 제목은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며 누군가의 기억엔 강렬하게 남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한 사람들의 인생 철학을 담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조은 국내 첫 개인전, 내달 3일까지
개인전 ‘최소침습’에서 전시되고 있는 아침 김조은의 작품 ‘Unshoved(빼내다, 내 목에서 뼈를 꺼내는 엄마 위 생선요리)’. 글래드스톤 제공

미국, 멕시코에서 전시를 열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인 아침 김조은의 개인전 ‘최소침습’에는 두 겹으로 된 비단 그림이 있다. ‘Unshoved(빼내다, 내 목에서 뼈를 꺼내는 엄마 위 생선요리)’라는 제목의 그림 위 겹에는 생선 요리가, 아래 겹에는 딸의 목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주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11일 전시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글래드스톤에서 만난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밥을 먹는데 목에 피가 날 정도로 생선 가시가 박혔어요. 아빠는 ‘밥을 꿀떡 삼켜’라고만 하는데, 엄마가 망설임 없이 제 입에 손을 넣고 가시를 뺐고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딸에게 엄마는 경계 없는 사랑을 베풀지만 그게 때로 괴로운, 미묘한 관계잖아요.”

이 작품의 아래 겹 그림은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개인전에서 선보인 ‘사자굴’ 연작의 일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가족의 고통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고, 빚쟁이가 아버지를 찾겠다고 우유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는 극한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는 “가족이 터부시하던 시절이었는데 응어리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집 문고리가 어떻게 생겼더라?’ 하고 작은 이야기로 가족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관객들은 작가는 물론 부모님까지 붙잡고 저마다의 어려웠던 시절을 털어놓았고, 신진 작가임에도 LA카운티뮤지엄(LACMA)의 큐레이터와 아티스트 토크를 열었다. 그는 “비디오 가게, 우유 구멍, 피아노 같은 한국인만 알 수 있는 상징이 많은 작품이어서 한국 미술관에서도 꼭 전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며 파티나 개막식에도 잘 가지 않는 ‘내향인’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과 섬세함이 묻은 전시에 대한 입소문으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치렀다. 한국에서의 첫 전시 소감을 묻자 그는 “지금도 한국에 오면 꼭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한가람문고를 가는데, 어릴 때는 주저하며 샀던 비싼 전문가용 붓을 한 꾸러미 사는 순간에야 실감이 났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며 누군가의 기억엔 강렬하게 남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한 사람들의 인생 철학을 담았다. 최근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사자굴’ 연작처럼 개인사를 직접 이야기하기보다 느낌과 감정을 담은 것이 많다. 전시장에서는 액자를 벽에서 살짝 띄우거나, 다른 느낌의 천을 겹치고, 왼쪽 오른쪽을 함께 그리는 등 어느 쪽으로도 결정 짓지 않으려는 연출이 돋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과 전시를 ‘초고’ 상태로 두기를 좋아한다”며 “오늘의 나보다 미래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