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난 여기 있네’

경기일보 2024. 7.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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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에 있네'라는 비운(?)의 노래가 있다.

2011년 프로듀서 김현철이 제작하고 가수 윤도현이 부른 이 노래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혹은 상징하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도의 기대 속에 만들어진 노래다.

도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취지의 이 노래 '난 여기에 있네'의 노랫말은 남한산성으로 시작한다.

'난 여기에 있네'가 비운(?)의 노래가 돼 잊혀진 것은 결국 도에 사는 것이 노랫말처럼 고맙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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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난 여기에 있네’라는 비운(?)의 노래가 있다. 2011년 프로듀서 김현철이 제작하고 가수 윤도현이 부른 이 노래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혹은 상징하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도의 기대 속에 만들어진 노래다. 하지만 결국 관 주도 제작의 건전가요라는 한계를 넘지 못해 노래의 완성도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노래를 만드는 데 많은 관심을 가졌던 도지사마저 바뀌면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채 완전히 도민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그러나 사실 이 노래는 당대 최고 뮤지션들이 참여해 만든 노래인 만큼 서정적인 가사와 정갈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꽤 괜찮은, 그래서 더 아까운 노래다.

도의 지원금으로 만든 소위 ‘관제 홍보송’의 딱지만 없었다면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못지않은 히트곡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도 들면서 관 주도로 대표 문화 상징을 억지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시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와도 같은 사례라는 생각도 해본다.

도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취지의 이 노래 ‘난 여기에 있네’의 노랫말은 남한산성으로 시작한다. “항상 이 길을 걸을 때면 이곳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고마워 긴긴 남한산성길 따라… 지금 이 순간 우리 함께있어 나는 여기에 살겠네.” 남한산성의 구불구불한 성벽을 따라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걸어본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이 아닌가 싶다.

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은 통일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을 기반으로 여러 차례 새로 고쳐 쌓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패전의 무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남한산성은 워낙 견고하게 쌓아 성 자체가 함락된 건 아니다. 동아시아 축성술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12.4㎞에 달하는 남한산성은 세계인이 함께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가 인정돼 2014년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올해 10월에는 남한산성의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을 널리 알기기 위해 도가 건립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한산성 역사문화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난 여기에 있네’가 비운(?)의 노래가 돼 잊혀진 것은 결국 도에 사는 것이 노랫말처럼 고맙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국회의원선거 현수막의 상당수는 난 경기도에 살고 싶지 않다는 열망을 품은 ‘가자~ 서울로’라는 구호가 차지했다. 도의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도가 서울에 비교우위를 확실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은 남한산성으로 대표되는 도의 문화유산들이다. 우리 주변에 잘 보존된 문화유산들 덕에 ‘가고 싶다~ 경기도’를 외치는 그때를 대비한 문화유산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올 인간 소외의 시대, 우리가 기댈 곳이 자연을 품은 문화유산 말고 무엇이 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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