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패배자 된 與 전대... 모바일 투표율 7%p 떨어져 40%

양지혜 기자 2024. 7. 2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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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폭로·비방전에 당원들 실망
나경원(앞줄 오른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15일 천안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자리해 있다. /뉴스1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이 작년 3월 전당대회 때보다 약 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9~20일 이뤄진 당원 대상 모바일 투표, 21일 진행된 ARS(자동응답방식) 투표를 합산한 누적 투표율이 45.98%로, 지난해 3·8 전당대회의 같은 시점(53.13%)과 비교해 7.15%포인트가 낮았다고 21일 밝혔다.

22일 하루 더 진행되는 ARS 투표율을 합하면 이번 여당 전당대회 투표율은 48% 정도 예상된다. 작년 전당대회의 최종 투표율은 55.1%였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대표 후보 간 폭로·비방전이 격화하면서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쇄신과 비전 경쟁을 기대했던 당원들이 실망하면서 투표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대표 후보 모두가 패자가 된 셈”이라고 했다. 여권의 관심은 23일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지 여부에 쏠려 있다. 여권 관계자는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이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고 했다. 작년 전당대회에서는 김기현 후보가 52.93%로 과반으로 당선됐고 안철수(23.37%), 천하람(14.98%), 황교안(8.72%) 후보 순이었다.

그래픽=양진경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바일 투표 마감 결과, 당원 선거인단 84만1614명 중 40.47%에 해당하는 34만61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ARS(자동응답방식) 투표 첫날(21일) 결과를 합산한 결과, 누적 투표율은 45.98%로 파악됐다. ARS 투표는 21~22일 이틀간 진행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모바일 투표+ARS 투표)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1~22일 실시) 20%를 합산해 23일 당대표와 최고위원 당선자를 발표한다. 23일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러 28일 결과를 발표한다.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던 작년 3·8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은 55.1%였다. 그에 비해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캠프는 “한동훈 후보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한 후보가 토론회 막판 ‘패스트 트랙 공소(公訴) 취소 부탁’ 문제를 두고 나경원 후보 등과 충돌한 것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 후보는 “그만큼 실망과 분노, 분열의 전당대회이기 때문”이라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구도는 깨졌다”고 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공중에 떠 있는, 당에 뿌리가 없는 막연한 인기와 팬덤이 당원들의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막판에 당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있다”고 했다. 나·원·윤 후보는 23일 1차 경선에서 한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면 28일 결선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후보는 ‘투표율 65%’를 목표로 삼고 페이스북에 수차례 투표 독려 글을 올렸지만 실제 투표율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한 후보 측은 “1차 과반 득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작년 3·8 전당대회는 대표적인 ‘조직 투표’라 투표율이 높았고, 이번엔 반대로 조직표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문제도 판세를 뒤집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당원 투표가 19~22일 진행 중인 가운데 21일까지 투표율이 작년 전당대회와 비교해 7%포인트가량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후보 간 비방전이 격화하자 실망한 당원들이 투표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진은 지난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권 합동 연설회에 참석한 원희룡(왼쪽부터), 나경원, 한동훈, 윤상현 당대표 후보. /김영근 기자

당대표 후보들은 주말에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나 후보는 경기·인천과 강원 춘천 등을 방문해 “법무부 장관 때 인혁당 사건이나 제주 4·3 사건 등은 주도적으로 챙겼던 한 후보가 왜 보수 우파의 눈물은 닦아주지 않았느냐”면서 “민주당의 비판에 눈치를 보고, 투쟁한 동지를 범법자로 만드는 후보”라고 했다. 영남 지역을 방문한 원 후보는 “당원들이 한 후보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위험성을 깨달았고, 비열함까지 느끼고 있다”면서 “결선에 가게 되면 (내가) 필승”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주말 내내 영남 지역을 돌고 “제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높은 투표율로 변화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ARS 투표) 전화가 오면 꼭 받아달라”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 레이스는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얼룩져 당대표 후보자들은 물론 당원과 국민에게 상당한 실망을 안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 후보는 ‘왜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을 구속 못 시켰느냐’고 한 후보를 몰아붙였는데, 판사의 재량인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법무부 장관 책임으로 몬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해 ‘비례 사천(私薦)’ 의혹 등을 거론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고의로 총선을 패배한 것이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이 기소된 패스트트랙 재판과 관련해 “나 후보가 개인적으로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폭로했는데, 당대표 후보에 걸맞지 않은 실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또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두고 “제가 (당시 사정을) 다 공개하면 정부와 대통령실이 위험해진다”며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도 대통령 탄핵 몰이에 들어간 야권에 공격 빌미를 제공하는 위험한 발언이라는 우려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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