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 운전’ 대통령실 행정관 감싸는 이유 뭔가
대통령실 강모 선임행정관이 면허가 취소될 수준으로 음주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단속 당시 음주 측정을 고의로 늦추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강 행정관에 대해 40여 일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인 지난 19일에야 직무에서 배제했다. 앞으로 사표를 받을 계획은 없다고 한다.
지난달 7일 음주 운전 적발 당시 강 행정관은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두 차례 거부하다가 약 15분이 지난 뒤에야 응했다고 한다. 역대 청와대에서 이 정도 사안이면 즉각 업무 배제한 뒤 부처 출신이면 원래 부처로 복귀시키고 민간 출신이면 사표를 내도록 하는 것이 통례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자 당일 면직 처리했다. 그런데 강 행정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사실이 알려진 다음에야 직무 배제라는 미지근한 조치를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라고 했다. 하지만 음주 운전 ‘엄벌’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때 “음주 운전은 예비 살인”이라며 시동 잠금 장치 설치 등 공약까지 내걸었다. 물의를 일으킨 강 행정관은 윤 대통령이 여당 측근 의원에게 보낸 이른바 ‘체리 따봉’ 문자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실세 행정관이기 때문에 감싸기식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강 행정관은 얼마 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에서 한동훈 후보를 비난한 원희룡 후보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음주 운전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공직 기강의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특히 그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라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유야무야 처리하려고 하면 누가 공정과 상식에 따른 조치라고 수긍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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