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소녀 팬 20주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학생 때부터 줄곧 좋아한 음악 밴드가 있다.
그들도 데뷔 20주년이지만, 나도 소녀 팬이 된 지 20주년이 된 셈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처음 들은 음악에 열광했던 그때의 감정은 20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쯤 되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의 누군가도 엄마가 된 팬에게 사인해주고 있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줄곧 좋아한 음악 밴드가 있다. 그들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이란다. 지금의 대중적 인기와 달리 당시 인디밴드로 자주 불렸던 그들을 좋아한 건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유일했다. 그들도 데뷔 20주년이지만, 나도 소녀 팬이 된 지 20주년이 된 셈이다.
20년 전, 그러니까 2004년이면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 같은 드라마들이 방영되던 시기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를 타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새삼 20이라는 숫자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모든 게 그대로일 거란 생각이 든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처음 들은 음악에 열광했던 그때의 감정은 20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는다.
시간이동이라도 한 듯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키만 자라난 어린아이 그대로인 것 같다. 반대로 어른이 돼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한 만큼 결코 빠르게 지나간 가벼운 시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19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출신의 가수가 팬 사인회에서 아이를 안고 엄마가 된 팬을 보며 놀라는 장면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로애락의 삶을 겪었을 엄마를 한순간에 20년 전 소녀 팬으로 되돌린 소중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뭔가 긴 시간 동안 순수하게 좋아한 경험은 몹시 귀하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팬덤’에 대해 ‘개인의 취향 아이덴티티를 남과 구별하는 방법’으로 설명했다. 그 대상이 꼭 가수나 스포츠 선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남을 따라 하지 않고 누가 시켜서가 아닌 방법이면 무엇이든 된다. 온전히 나에 의해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다면 온전히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순수한 감정이 기억나지 않을 때도, 한동안 그것을 잊고 살아가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덕질’은 내 삶을 이끈 꽤 큰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알 수 없는 어떤 힘을 얻기도 한다. 어릴 때 ‘왜 어른들은 요즘 노래를 안 듣고 옛날 노래만 부르는 걸까’ 궁금한 적이 많았다. 내가 좋아했던 음악으로 어떻게 내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지 깨닫고 나니 조금은 부모님의 취향도 이해하게 됐다.
20년이 40년이 되고 더 많은 날이 흐를 것이다. 그때쯤 되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의 누군가도 엄마가 된 팬에게 사인해주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시작됐던 다시 돌아온 이곳, 마침내 만나게 된 긴 여행의 끝’. 2인조 밴드 페퍼톤스의 노래 ‘긴 여행의 끝’에 나오는 가사다. 많은 이들에게는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은퇴하고 매달 따박따박 돈 받을래"…30대 직장인들 꽂혔다
- "이거 실화인가요?"…전기차 한 달 타고 쓴 돈이 '화들짝' [최수진의 나우앤카]
- "안 먹는 약, 버려달라 했더니…" 약국 찾아간 30대 '하소연' [이슈+]
- "월 130만원에 이 정도면 천국이죠"…80대 노인들 감탄한 곳 [김일규의 재팬워치]
- 잘 나가던 신화월드 '몰락' 틈 타…제주 카지노 독식한 정체
- "매달 신고가 쏟아져"…박보검도 반한 강북 대장 아파트 [집코노미-핫!부동산]
- 유럽 간 홍명보, 대표팀 손흥민 이어 김민재 면담
- "두달치 예약 꽉 찼어요"…'역대급 한강뷰' 난리 난 숙소
- "일하기도, 일자리 구하기도 싫어요"…대졸 400만명 '역대급'
- "김건희 소환 檢간부 누구도 몰랐다"…'이원석 총장' 패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