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반복되니 노선 없애자?…주민들만 ‘날벼락’ [현장K]
[앵커]
급경사로 악명이 높은 서울의 한 대학가 비탈길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버스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일부 구간에서 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혜림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서울 상명대학교 후문 인근.
비탈길에서 마을버스가 30m나 뒤로 밀려 승객 20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5월에도 버스가 미끄러지면서 10중 추돌사고가 났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상명대 주변 비탈길에서 일어난 사고만 모두 4건, 잇단 사고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서울시는 대안으로 버스 노선 단축안을 내놨습니다.
현재 인근 비탈길을 올라가는 버스 노선은 3개.
이 가운데 서대문 08번과 7016번은 비탈길을 넘지 않게 우회시키고, 사고가 잦았던 종로 13번은 비탈길을 내려가기만 하는 노선으로 바꾼단 겁니다.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 주민 등 노약자들이 차도 다니기 힘든 이 비탈길을 걸어 다니긴 무리라는 겁니다.
인근 학생과 교직원 설문 결과 95% 이상이 버스노선 폐지에 반대했습니다.
[빈성미/서울시 종로구 : "무조건 노선만 없애면 해결책이 없죠. 당장 피해 보는 건 주민들인데."]
사고가 난 언덕길의 경사는 16도가 넘습니다.
일반적인 스키장 중급 코스의 경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버스를 없애는 대신 서울시가 무빙워크를 설치하겠다는 방안도 내놨지만 반응은 차갑습니다.
[우재민/상명대 문화예술대 학생회장 : "(먼저) 무빙워크를 설치하고 나서 그 뒤에 버스 사고가 좀 줄었는지 (승객이) 분산이 됐는지 그걸 확인하고 나서 버스를 노선을 조금 줄이든가..."]
마을버스의 승객 정원도 조정이 쉽지 않습니다.
마을버스는 정원이 따로 없는데, 지자체는 30명 정도로 제한하라는 입장이지만, 버스업체는 정원을 둘 경우 영업 유지가 어렵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차량 결함인지 운전 미숙인지 아직 사고 버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고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노선 폐지 방침에, 주민들은 설익은 대책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장K 최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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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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