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선수에게 ‘고별 헹가래’... LG에 특별했던 켈리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는 구단과 팬들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2019년 한국으로 건너와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LG 마운드 에이스로 버텼다. 2021년 9월 아내 아리엘이 미국에서 둘째 아들(케이시 켈리 주니어)을 출산했을 때, 휴가를 쓰지 않고 마운드에 섰다. 2022년엔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다승왕까지 거머쥐었고, 지난해 전반기 다소 부진했지만 후반기 살아나며 LG 우승에 기여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1·5차전) 선발로 등판해 마지막 5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작년엔 왼쪽 귀 옆쪽에 ‘켈리’라는 한글 문신까지 새기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는 전과 달랐다. 나이 탓인지 직구 구속이 떨어지고 난타당하는 날이 많아졌다. 5월까지 2승 6패. 교체설이 불거졌지만 그 뒤 조금씩 살아나 지난달 25일 잠실 삼성전에선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9회 유일한 안타를 맞아 퍼펙트게임은 놓쳤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LG는 이별을 택했다. 좀 더 안정적인 선발투수를 원했다. MLB(미 프로야구) 통산 10승(22패)을 거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가 얼마 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자 발 빠르게 접촉해 계약(44만달러·약 6억1000만원)에 성공했다.
19일 켈리는 결국 구단에서 결별 통보를 받았다. 20일 잠실 두산전.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 켈리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마운드에 서기로 결심했다.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던지고 싶어서였다. 그는 아내와 두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3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 타선이 6점을 뽑아줘 고별식을 승리로 장식하는가 싶었지만 폭우가 쏟아지면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KBO 통산 74번째(73승 46패) 승리도 사라졌다. 올해 최종 성적은 5승 8패(평균자책점 4.51).
경기는 멈췄지만 동료 선수들은 전부 나와 켈리를 헹가래치면서 길었던 동행에 감사했다. 꽃다발을 들고 나온 주장 김현수(36)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존경심을 표했다. 다들 빗물과 눈물이 섞였다. 켈리는 동료 한 명 한 명과 진하게 포옹했고, 팬들에겐 큰절을 올렸다. 켈리는 “지난 5년 반 동안 LG 선수로 뛰며 행복했다. 선수이기 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켈리는 고별식이 끝난 뒤 밤늦게까지 잠실 구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그는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 보겠다. 계속 공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1일 경기에선 2위 LG가 4위 두산을 6대3으로 잡고 5연승을 달렸다. 박동원이 2회말 선제 2점 홈런을 때렸고, 3-3이던 6회에 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를 묶어 3점을 달아났다. LG 김현수는 2루타 2개를 치며 시즌 100안타를 돌파(101개)했다. 역대 네 번째 15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도 달성했다. 양준혁·박한이(이상 16시즌 연속), 이승엽(15시즌 연속) 뒤를 이었다. 박해민은 도루 3개(시즌 32개)를 추가하며 역대 다섯 번째로 통산 400도루를 채웠다.
키움은 문학에서 SSG를 7대2로 누르고 6연패에서 벗어났다. 로니 도슨이 3-2로 쫓기던 8회초에 3점 홈런을 쐈다.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6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시즌 아홉 번째 승리(5패)를 따냈다. SSG 추신수는 타자 최고령 출전 타이기록(42세 8일·펠릭스 호세)을 세웠다. 타자와 투수 통틀어 최고령 출장은 송진우(전 한화 투수)의 43세 7개월 7일이다.
수원에선 NC가 6연승 중이던 KT를 8대2로 이겼다. 김휘집이 2회 선제 1점 홈런을 때린 데 이어 5-2이던 8회 다시 솔로포를 터뜨렸다. 박건우는 3회 2점 홈런 등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NC는 SSG를 6위로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대구에서 롯데를 맞아 6대5로 이겼다. 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가 4-5로 뒤지던 9회말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렸다. 대전에선 KIA가 9회초 5-7로 뒤진 상황에서 최형우가 3점 홈런을 날려 한화에 8대7 역전승을 거두며 6연승을 달렸다. 한화는 7연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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