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대 ‘당심 따라 우향우’…쇄신안 대신 배신자 논란만
‘당원 투표 80%’ 비중 커지자
김 여사 문자·박근혜 탄핵 등
‘배신자 프레임’ 씌우기 혈안
핵무장론·외국인 투표 제한
후보들 정책도 우편향 일색
사흘째 누적 투표율 45.98%
작년 3·8 전대보다 흥행 저조
경선 막바지에 접어든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메시지와 정책 양면에서 총선 전보다 심화한 여당의 우편향·보수화 경향을 확인시켰다. 당대표 후보들은 총선 참패에 따른 반성과 쇄신 메시지 대신 ‘대통령 지킴이’ ‘배신자’ 논쟁에 치중했다. 정책 면에서도 외국인 투표권 제한(한동훈 후보), 사전투표 폐지(나경원 후보), 동성혼·차별금지법 반대(원희룡 후보) 등 ‘우클릭’ 경향이 두드러졌다. 과거보다 당심 반영 비율을 높이면서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는 전통적 보수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가 부각됐다. ‘배신자론’이 대표적이다.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모두 본질적인 부분 대신 배신자, 정체성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 후보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후보가 자신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폭로한 것을 두고 “한 후보는 왜 우리 보수우파의 눈물은 닦아주지 않은 것인가”라며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통적 보수층에 대한 호소로 귀결됐다. 원 후보는 지난 5일 SNS에서 “영부인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 있나.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와 후속 대처에 대한 비판, 당무개입 의혹의 진위 등은 뒤로 밀려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대한 입장은 ‘고해성사’에 가까웠다. 한 후보는 지난 16일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께 인간적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지난 19일 TV토론회에서 ‘원 후보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몰아내자고 하셨던 분’이라고 하자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나 후보는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3년 전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탄핵은 정당했다”고 밝힌 데서 후퇴한 모습이다.
정책 비전 역시 강경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 위주였다. 나 후보는 이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사전투표 제도에 대해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투표 폐지는 부정선거론을 펼치는 일부 극우층의 주장 중 하나다.
나 후보는 지난달 25일 SNS에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19일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공약했다. 한 후보는 국내 거주 영주권자에게만 주어지는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원 후보는 지난 16일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 “차별금지법은 통과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후보들의 ‘우클릭’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심 반영이 80%로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총선 참패 뒤 민심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일반국민 참여 비중을 높이거나 역선택 조항을 없애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불발됐다.
당심 위주의 전당대회가 유튜버들의 난립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유튜버들이 주 시청자인 당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전당대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유튜버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투표 사흘째인 이날까지 진행된 당원 투표의 누적 투표율이 45.98%(84만1614명 중 38만6980명)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의 사흘째 누적 투표율(53.13%)보다 낮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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