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일정 전혀 몰랐던 이원석…총장·지검장 갈등 표면화
이 총장 “상황 고심” 불만 표출
이르면 22일 입장 밝힐 가능성
이원석 검찰총장(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면조사를 받은 사실을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장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의지를 강조한 뒤 나온 ‘총장 패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이 이 지검장에 대한 불만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두고 갈등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전날 밤 중앙지검이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의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이어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조사를 진행하다 이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사실을 보고했다. 밤 11시가 넘었을 때다. 이 총장은 이 보고를 받기 전까지 김 여사 조사 일정과 장소 등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 검찰총장과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전날)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중앙지검에서 대검에 사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이날 오전 1시20분까지 서초동 중앙지검이 아닌 관할 ‘정부 보안청사’에서 대면조사했다.
중앙지검은 이 총장에게 주가 조작 사건 수사지휘권이 없어 생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지휘 배제를 지시했다. 이후 이러한 조치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담당 검찰청이 총장에게 관련 보고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총장은 중앙지검이 대검과 사전 조율 없이 김 여사 조사를 진행한 것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에 “이 총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고, 다른 언론사에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총장은 이르면 22일 공식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의 사후 보고가 본인만의 의지로 이뤄진 것이겠느냐는 해석도 제기한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을 지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총장과 중앙지검장 사이 갈등이 현직 대통령 부인 조사라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표면화한 것”이라며 “향후 김 여사 기소 여부를 두고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강연주·이창준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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