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자체·어업인과 손잡고 고수온 피해 최소화한다
‘칠월, 동쪽의 바닷물이 붉어지고 따뜻해져 물고기와 자라가 죽었다(秋七月, 東海水赤且熱 魚鼈死).’ 선덕왕 8년(639년) 동해 바다의 해수온이 상승해 어류가 폐사하고, 적조가 대량 증식한 사건을 <삼국사기>에 기록한 내용이다. 이처럼 약 1400년 전 바닷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목격한 고수온과 적조는 아주 오래된 자연 현상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수온이 양식생물들의 한계치보다 높게 올라가는 ‘고수온’ 현상이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우리나라 수온이 평년(과거 30년 평균)보다 1도 내외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양식생물들의 한계치로 알려진 28도보다 높은 고수온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어느 때보다 고수온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혹서기 양식생물의 고수온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동시에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혹서기 고수온 및 적조에 대한 지자체와 어업인의 사전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현장 중심의 위기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우선 실제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28도보다 낮은 25도를 예비특보 기준으로 설정했다. 해수부는 폭염(고수온) 재난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 따라 지난 7월11일 고수온 위기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어업인들이 양식 현장에서 액화산소 공급기를 미리 점검하는 등 고수온 대응을 위한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또한 해수부는 지자체와 함께 양식 현장과 어가를 직접 방문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양식 어업인들에게 고수온 대비 양식장 관리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양식장에 근무 중인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려해 영어·인도네시아어·스리랑카어 등으로도 만든 행동 요령에 관한 책자를 준비해 원활한 소통과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실제로 고수온 피해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을 통해 양식 어가의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동안 보험금과 재해복구비의 중복 수령이 불가능하고 소규모 피해의 경우에는 보험금이 재해복구비보다 적다는 이유로 어업인들이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이에 올해부터는 보험금이 재난지원금보다 적으면 그 차액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장기간 보험금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또한 그간 고수온 특약이 적용되지 않았던 전복 종자, 향어, 메기에 대해 고수온 특약을 신설해 추가된 어종에 대해서도 고수온 재해 발생 시 보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가뭄에 도랑 친다’는 속담이 있다. 물이 없는 가뭄에도 미리 도랑을 내어 다가올 홍수를 대비한다는 뜻이다.
해수부는 해수온 예측과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재해복구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어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지자체, 어업인 등과 함께 멋있는 팀플레이로 큰 피해 없는 여름나기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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