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눈속임 말고 현실화를
7.25%. 지난해 정부가 ‘역대급’이라고 선전한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0개 이상 다양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데, 지난해 인상률을 윤석열 정부가 ‘약자 복지’의 주요 성과로 선전하기도 했다.
‘역대급’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준 중위소득과 실제 통계는 차이가 크다. 1인 가구의 경우 2024년 기준 중위소득은 222만원인데,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2023년 균등화 중위소득은 252만원이다. 2024년의 복지 기준선이 한 해 전인 2023년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초래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기준 중위소득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복지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의 32%가 한 달 생계급여로 직결되기 때문에 수급자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약자 복지’ ‘역대급 인상’을 자화자찬하지만 빈곤층의 위기상황은 심각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 중 적자 발생 비율은 2021~2023년 70%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적자 발생 비율이 25% 이내인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다. 물가 인상은 빈곤층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2023년 평균 물가 인상률은 3.6%였지만, 소득 1분위의 지출은 평균 7.1% 증가했다. 빈곤 상황이 심해져도 재정을 지출하지 않으려는 정부 아래서 국민들의 삶은 더 가혹해진다. 터무니없이 비싼 이자로 대출을 얻거나, 생활 수준을 스스로 하락시키며 견디고 또 견딘다.
정부가 올해도 ‘역대급’ 인상을 결정할지라도 현실과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7% 인상한다면 내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237만원. 2024년 중위소득은 약 271만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역대급 인상은커녕 격차만 더 커진다.
현재 기준 중위소득은 통계청이 공표하는 자료에 근거해 정해야 한다는 법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정의 근거조차 알 수 없다.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방청도 불가하며 속기록조차 쓰지 않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결정 과정에 근거조차 알 수 없으니 정부는 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거리낌없이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올해도 아마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세수 부족이나 재정건전성을 들먹이며 낮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몇몇 민간위원들은 인상을 촉구할 것이다. ‘역대급’ 인상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두고 말이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로 줄다리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현실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언제까지 밀실 결정과 근거 없는 인상률로 눈속임만 할 것인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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