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신문물 ‘피치컴’ 써보니 쏠쏠
양현종 “투구 템포 엄청 빨라져”
박찬호 “기계 오류 안 나면 만족”
지난 15일 10개 구단에 배포돼 16일부터 그라운드에 등장한 피치컴은 ‘무선 사인 교환기’다. 포수가 손가락으로 사인을 내는 대신, 무선 송수신기를 이용해 의사소통한다.
피치컴 세트에는 송신기 2개와 수신기, 충전기, 전파수신기가 들어 있다. 송신기는 오른쪽의 9개 버튼으로 구종과 코스를 표시한다. 짧게 누르면 구종, 길게 누르면 코스다. 먼저 짧게 눌러 구종을 선택한 뒤 두 번째로 길게 눌러 코스 사인을 보낸다.
오른쪽 9개 버튼 중 맨 윗줄 왼쪽 버튼을 짧게 눌러봤다. 웬 남성의 목소리가 “포심”이라고 말한다. 같은 버튼을 길게 누르니 “몸 쪽 높게”라는, 같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구종은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커터까지 6개가 설정돼 있다. 나머지 3개 버튼은 견제, 홀드, 피치아웃이다. 구단별로 필요에 따라 구종을 넣고 빼는 등 새로 편집할 수 있다.
코스는 버튼 위치로 연상이 가능해 쉽게 숙지할 수 있는데 구종 위치를 외우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체격도 손도 큰 선수들 입장에서는 경기 중 정신없을 때 버튼이 꽤 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수로 잘못 눌러도 취소 버튼이 있다. 지난 17일 선발 투수 양현종이 한번 해보자고 해 급하게 피치컴 작동법을 익히고 나간 KIA 포수 한준수는 “사인미스는 한 번도 없었다. 잘못 누를 때마다 취소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투수와 야수들은 귀 위쪽의 모자 안 접힌 부분에 수신기를 넣고 경기한다. 실제 들어보니 바로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포수의 수신기만 타자에게 들리는 걸 막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헬멧 안쪽에 끼워 착용한다. 선수마다 적응도는 다르다. KIA 한준수는 “한쪽만 꽂으니까 안 꽂은 쪽에 관중 소리 등이 굉장히 크게 들려서 오히려 수신기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했다. 두산 투수 곽빈도 “맨 처음에는 관중 소리와 겹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7일 삼성전에서 수신기를 착용하고 던진 양현종은 거의 땅을 보며 음성을 듣는 데 집중했다. 양현종은 “템포가 엄청 빨라진다. 사인 들리는 대로 던지다보니 가속이 붙는 것처럼 빨리 던지는데 그게 좀 어색한 느낌이었다. 내 템포에 나 스스로가 적응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곽빈은 “나는 템포를 빠르게 하고 싶은 투수다. 타자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아 내가 더 유리하게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었다”고 투구 템포가 빨라지는 것을 반겼다.
수신기는 투·포수 외에 야수 3명까지 착용할 수 있다. 보통 센터라인에 내야수 둘, 외야수 한 명이 장착한다. 투수와 포수 간 사인을 잘 읽어야 하는 유격수에게 효용이 크다.
KIA 유격수 박찬호는 “수비할 때 포수 사인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써보니 수신기를 착용할 때 조금 불편하긴 한데 그거 말고는 딱히 안 좋은 점은 없었다. 기계 오류만 나지 않는다면, 좋다”고 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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