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이익 외면하는 정부 ‘밸류업 정책’

박상영 기자 2024. 7.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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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체코 원전’ 관련 호재에도 에너빌리티 주가는 연일 하락
‘총수 이익’ 위주 그룹 사업 재편안…소액 주주들 반발 등 겹쳐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향후 주 기기 납품 등 핵심 역할을 하게 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떨어지고 있다. 저가 수주 논란과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움직임, 최근 사업 재편에 대한 주주 반발까지 겹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총수 일가의 세 부담 완화에는 적극 나서고, 소수주주 보호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뒷짐을 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일보다 3.81%(800원) 떨어진 2만200원에 장을 마쳤다. 15년 만의 최대 원전 수출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가 지난 17일 밤 확정된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근본 원인에는 최근 진행되는 사업 재편 이슈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 재편 계획을 공개했다. 연 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도 1조3000억원이 넘는 ‘알짜 회사’인 밥캣을 매출 규모가 530억원에 불과한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를 중심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반면 이번 사업 재편으로 밥캣에 대한 두산의 간접지분이 13.8%에서 42.0%로 오르면서 총수 일가에는 유리하게 됐다. 동일인(총수) 측 지분이 58.0%인 두산(주)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이 30.39%밖에 없지만, 로보틱스는 68.2%를 보유해 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이 더 커지는 구조다.

향후 투자 소요가 큰 로보틱스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도 덜 수 있다. 수백억원 규모의 배당 여력이 있는 밥캣을 자회사로 두면서 총수 일가는 지배력은 유지한 채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소수주주에겐 불리하고 총수 일가에는 유리한 셈이다. 최근 에너빌리티의 주가 흐름에도 이런 우려가 반영되면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이 배당에 인색했던 이유는 기업 가치가 커지면 나중에 상속 부담도 커질 것을 우려한 결과라 보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상속세 완화 등 총수 일가의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주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회사가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와 소수주주 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 소수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상법에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긍정적이었던 정부는 재계 반발이 이어지자 입장이 다소 바뀌는 분위기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7일 “기업 하는 분들이 걱정하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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