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7월은 산업안전보건의 달?
놀랐다. 매년 7월 ‘산업안전보건의 달’이 2024년 올해로 무려 57주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산업안전보건의 달은 산업재해(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국민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마련됐다. 1968년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으로 처음 개최된 이래 작년부터 확대 개편되었다고 한다. 기념식부터 최신 안전보건 기술과 장비를 선보이는 전시회와 세미나, 전국 7개 지역에서 릴레이 기념식도 진행된다.
산업안전보건의 달이라는 대대적인 행사 소식을 들은 날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 리튬배터리 화재 폭발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은 그날이다. 이번 화재 폭발 이전에도 총 4건의 화재, 그 중 1건은 이번 화재 이틀 전이었다. ‘잠재적 폭탄’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화재 취약 물질인 리튬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연이은 화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애초에 위험성 평가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안전 교육과 비상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었는지 등이 모두 물음표인 상태다.
한 번씩 펑펑 터지는, 목숨을 앗아가는 산재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이미 2021년 7월 선진국 지위를 공인받은 대한민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그것도 독보적인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매년 2000명 넘는 사람이 산재로 사망한다. 2023년 만해도, 2022년에 비해 207명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사망자수가 무려 2016명이다. 그 중 사고는 812명이고 질병 1204명이다. 그리고 사고사망자의 특징을 보면, 업종별로는 건설업(43.8%)이, 사업장 규모로는 5~49인 사업장(44.2%)이,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근로자(45.8%)가,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35,2%)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총 산재 피해자수는 2022년에 비해 오히려 6448명이 증가하여 총 13만6796명이고, 그 중 사고는 11만3465명이며 질병은 2만3331명이다. 사고가 질병에 비해 약 5배 가량 월등히 많다.
산재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높은 대한민국. 수많은 책과 논문, 다큐멘터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우리는 그 원인을 익히 들어왔다. 비용 감축을 위한 다단계 하도급과 그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상시화, 장시간 근무, 안전관리 및 교육 미흡, 안전불감증 등 무수하다.
얼마 전 산재 안전교육 동영상을 보다가 귀에 꽤 거슬리는 대화가 나왔다. 전기안전 관련 감전사망사고 예방 교육이었는데, 여자가 “안전의식이 높아지면 감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하자 남자가 “그래. 안전수칙만 지킨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만큼 안전의식이 중요하겠지”라고 한다. 근로자가 안전불감증으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근로자에게만 있는 것일까? 근로자의 안전불감증이라는 네이밍(Naming) 뒤에 숨으려는 의도는 없는 걸까?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엄청난 지식·기술 산업의 발달에 발맞추어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그에 따라 산업현장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급변하는 자동화 시스템과 기계설비의 변화 속에서, 그에 적확(的確)한 산업재해 예방 및 대응 전략이 나와야 한다.
필자는 산재 예방 및 대응 전략을 세우고 조언할 만한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꼭 하나만은 강조하고 싶다. 바로 ‘아래로부터’다. 아래로부터의 혁명, 아래로부터의 인권 등 이제는 보편화된 말이다.
산업현장에서 직접 위험을 직면하고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당사자는 근로자다. 사무실 책상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현장에 있다.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결코 바뀔 수 없다.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그 모니터링 결과가 반영된 안전수칙의 수립과 안전관리, 변화하는 산업현장에 부합하는 산재 예방 및 대응 전략의 끊임없는 수정 등이 ‘아래로부터’ 이루어졌을 때 근본적인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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