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노인과 ‘바다’, 부산이 나아갈 길
부산을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흔히 비유한다. 청년은 다른 도시로 떠나고, 어르신만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부산이 고향이고, 사회진출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실제로 부산은 2020년 광역시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최근에는 소멸위험지역으로도 분류되었다. 제2의 수도라고 칭송하지만 지역내총생산 기준으로는 이미 인천에 뒤처졌고, 인구 또한 가까운 미래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이 전무한 부산에 있어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고용률은 다른 시·도에 비해 가장 낮고 매년 1만 명 이상의 청년이 유출되고 있다.
부산의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3차 산업인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시 전체 사업체수의 85% 이상이 3차 산업에 속하며, 종사자수도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 등의 2차 산업은 전체의 약 14%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시는 신산업 성장을 도모하여 경제를 발전시킬 목적으로 디지털 신산업 도시 구축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산업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신산업 관련 기업체는 크게 증가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산업구조 기저(基底)에는 특히 해양수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업과 수산가공업 등이 2차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수산물유통, 해양관광, 그리고 항만물류업 등은 도소매, 운송업 등의 3차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산업만 하더라도 국가 전체 대비 부산의 수산물 가공량은 28%, 그리고 유통량은 4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산물 수출입은 70% 이상을 점하고 있어 부산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수산분야 생산 및 전후방 관련 사업체수는 2만 6000개 이상, 종사자는 10만 명 이상, 그리고 연간 30조 원 이상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유발하여 지역경제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해양수산 관련산업은 대부분 소기업 수준으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갇혀 있다. 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신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려 하지만 자금과 전문인력 부족 등이 경쟁력을 갖추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식량위기 대응 등 미래 유망한 전략산업으로 수산물 블루푸드테크와 해양바이오산업 등이 국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연구개발 및 자금 지원 수준으로는 산업과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부산이 강점을 가진 해양수산업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반해 우수한 학교를 졸업한 청년은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는 현재의 해양수산업 수준이 청년의 구직 눈높이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업 규모와 근로환경이 영세하고, 임금 수준도 낮아 취업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미래 유망한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켜 청년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고, 성장잠재력이 큰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새로운 4차 산업기술을 기존 산업에 적용하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폭적인 연구개발과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산업과 기업의 성장을 도모한다면 지역경제 발전과 청년 유입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 성장을 보이자 취업경쟁률이 160대 1에 달했던 부산의 한 어묵기업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인과 바다’에서 그래도 부산은 인류의 미래라는 무한한 산업적 잠재력을 가진 바다를 가지고 있고, 결국 부산은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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