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는 지금 오페라 축제장…문턱높은 공연 부담없이 즐길 기회
- 2만~3만 원대 저렴한 입장료
- ‘세비야의 이발사’ 등 무대 남아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서 시민과 음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페라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서부산권 최대 공연장으로 호평받는 을숙도문화회관의 제10회 을숙도 오페라축제 공연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20일 오후 찾은 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 로비는 시작 30여 분 전부터 공연을 기다리는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 관객도 많았고, 젊은 커플들이 주말 나들이 삼아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홍희철 을숙도문화회관 관장은 로비에 나와 관객을 한 명 한 명 맞이했다. 관람객 김지오 (22·부산진구) 씨는 “을숙도문화회관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부산 외곽에 있다 보니 방문하기 쉽지 않았는데, 시설도 깔끔하고 생각보다 인파도 많다. 무엇보다 관장님이 나와 관객을 한 분 한 분 맞이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곳에 많은 관객이 몰린 이유는 을숙도문화회관이 기획해 지난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 중인 ‘제10회 을숙도 오페라축제’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 축제는 을숙도문화회관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오페라축제로, 올해는 기간 중 모두 4개 작품이 6번 공연된다.
공연은 ▷부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꾸미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지난 5일, 6일) ▷부산예술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쥬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지난 13일) ▷드림문화오페라단이 펼치는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지난 19일, 20일) ▷나눔오페라단이 준비한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오는 27일) 등이다. 2만~3만 원가량의 저렴한 입장료로, 전막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 1층(480석)·2층(229석) 좌석이 대부분 가득 찬 대공연장 무대에는 부산의 중견 오페라단인 드림문화오페라단의 ‘팔리아치’ 공연이 올랐다. 김준연(카니오) 김유진(넷다) 나현규(토니오) 강경원(실비오) 안형일(벳페) 등이 출연했다. 장진규 부산시 오페라단연합회장이 연출을 맡았다.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30~40여 명의 드림문화오케스트라가 자리했고, 무대에는 19세기 시대 배경을 담아낸 세트가 꾸며졌다. 팔리아치(직역하면 광대들)는 루제로 레온카발로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로, 1892년 초연된 유명 고전 오페라다. 극단의 우두머리인 카니오가 극단 배우이자 부인인 넷다의 불륜을 알게 된 후 펼쳐지는 비극을 그렸다.
드림문화오페라단이 꾸민 이 작품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조명, 이로 인해 변화하는 세트의 분위기, 시대상을 반영한 의상, 넷다의 변화하는 심리가 특징적으로 드러났다. 뻔한 치정극이지만 뻔하지 않게 연출한 작품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1부에선 세트가 19세기 여유로운 유럽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니오가 아내의 불륜을 알게된 후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진 2부에선 파란색의 조명이 더해져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니오가 넷다와 실비오를 칼로 찌르는 장면에선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조명을 활용해 가장 극적인 분위기로 바꿔냈다.
정진규 연출은 “고전 작품인 만큼 큰 흐름을 따라가되, 세트와 의상 등 준비에 집중했다. 부산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선 스타를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음악가 한 명 한 명 집중해 보여주는 데 힘썼다. 출연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후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이유진(27·동구)씨는 “오페라는 진입 장벽이 높다. 부담 없는 가격이라 처음으로 오페라 관람을 결심했다”며 “예상보다 질 높은 공연이라 만족스러웠다. 더 많은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부산시 차원에서 부산오페라시즌·부산소극장오페라축제 등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구립 공연장에서 자체 기획한 오페라 축제라 더욱 의미가 있다. 지역 오페라 저변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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