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향한 뜀박질… 인류 보편 가치를 곱씹다

이강은 2024. 7. 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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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실황 영상을 보여주는 뒤편 대형 화면 외에 별다른 장치가 없이 단출하다.

등장인물은 세 명이지만 한 배우가 두 역할을 맡은 2인극이다.

관객을 몰입시키며 자유와 인권, 연대의 가치를 곱씹게 한다.

쿠헤스타니는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두 인물이 같은 명분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로 두 역할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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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블라인드 러너’
무대는 실황 영상을 보여주는 뒤편 대형 화면 외에 별다른 장치가 없이 단출하다. 등장인물은 세 명이지만 한 배우가 두 역할을 맡은 2인극이다. 공연 길이도 1시간으로 짧다. 그런데 결코 가볍거나 허술하지 않다. 관객을 몰입시키며 자유와 인권, 연대의 가치를 곱씹게 한다. 달리기 의미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란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들춰내며 자유·인권·연대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는 연극 ‘블라인드 러너’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지난 18∼21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블라인드 러너’ 얘기다. 이란 태생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46)가 처음 내한 공연한 작품이다. ‘유리잔 위에서 춤추다’(2001)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쿠헤스타니가 지난해 선보여 유럽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아시아는 이번이 초연이다. 실화 바탕에 허구를 가미한 ‘블라인드 러너’에는 1979년 혁명 이후 신정체제의 억압적인 통치에 반발해 일어난 2009년 ‘녹색 운동’, 2022년 ‘히잡 시위’ 등 이란 시민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투쟁의 역사가 자연스레 녹아 있다.

극 중 반정부 시위로 감옥에 갇힌 여성은 히잡 시위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고, 프랑스로 이주한 이란 난민 여성(파리싸)은 녹색 운동 당시 진압군이 쏜 산탄총에 시력을 잃은 것으로 나온다. 배우 아이나즈 이자르우슈는 수감된 아내 역을 연기하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파리싸로 변신할 때는 눈을 감는다. 쿠헤스타니는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두 인물이 같은 명분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로 두 역할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내와 면회 온 남편(모하마드 레자 후세인자데)의 대화에서 이란 사회 부정적인 면들이 들춰지고, 아내가 권유해 남편이 프랑스로 가 만난 파리싸의 목소리를 통해 난민 문제가 부각된다. 남편이 파리싸의 가이드 러너(길 안내자)가 돼 달리기 대회에 함께 출전하고, 파리싸 요청에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에서 같이 목숨을 거는 장면은 연대의 가치를 일깨운다. 쿠헤스타니는 “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난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모든 국가 체제의 책임”이라며 “난민을 만드는 나라가 자신의 조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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