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김호중 학습효과’…사고 뒤 줄행랑 운전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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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에서 전복사고(사진)를 낸 40대 벤츠 운전자가 사건 발생 5일 만에 경찰에 자수하는 등 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나는 사례가 잇따른다.
특히 운전자가 도주 이후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해도 사고 당시의 음주를 측정할 수 없는 탓에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는 '김호중 학습효과'에 경찰이 골머리를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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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가 술 마셨다고 자백해도
- 당시 측정치 없으면 혐의 안 돼
- 도주 자체를 처벌할 근거 전무
부산 해운대구에서 전복사고(사진)를 낸 40대 벤츠 운전자가 사건 발생 5일 만에 경찰에 자수하는 등 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나는 사례가 잇따른다. 특히 운전자가 도주 이후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해도 사고 당시의 음주를 측정할 수 없는 탓에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는 ‘김호중 학습효과’에 경찰이 골머리를 앓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A 씨를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3일 새벽 1시께 부산 해운대구청 인근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다 가로등과 충돌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택시를 타고 자리를 뜬 혐의를 받는다. 지갑과 휴대전화를 차량에 두고 떠난 채 경찰 추적을 피해왔으나 경찰이 A 씨의 지인을 통해 설득하면서 지난 17일 자수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술을 먹지 않았고 처방받은 수면제 때문에 졸음 운전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A 씨가 사고 직전 한 음식점에서 나오는 모습이 찍힌 점과 주행 중 자동차가 비틀거린 점 등을 토대로 음주나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조사한다. 이와 함께 지난 14일에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도로를 주행하던 SUV 차량이 가로수를 들이받았으나 운전자 B 씨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이 주거지에서 B 씨를 검거한 뒤 음주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수준으로 확인됐다.
제주에서는 지난 10일 C(40대) 씨가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차량 3대와 충돌했으나 도망간 뒤 이튿날 경찰에 체포돼 반주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의 음주 측정치가 없어 결국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이처럼 운전자들이 사고 후 도주하는 사례는 전국에서 속출한다. 경찰은 지난 5월 가수 김호중 사건의 학습효과를 우려한다. 김호중은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그 뒤 그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등 혐의로 김호중을 구속기소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사고 당시 그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시인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운전 당시의 음주 측정치가 없으면 피고인의 음주운전 혐의를 인정받기 어렵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음주 측정도 ‘추정치’에 불과해 법원에서 인용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수사당국의 전언이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다고 적용하는 ‘사고 후 미조치’는 인명 피해가 없으면 대부분 벌금 200만∼500만 원에 그친다. 음주운전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처벌 수위가 낮다.
동의대 최종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나쁜 선례를 참고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망치거나 그 사이 술을 더 먹어 위드마크 분석 결과의 증거 능력을 희석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이를 막을 엄중한 처벌 근거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건 처벌 대상이지만 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도주한 것 자체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 법률사무소 열림의 조성우 대표변호사는 “입법화 움직임과는 별개로 사법당국도 음주운전을 한 뒤 도망가고 자수하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면 검찰이 음주운전 정황을 재판부에 강력하게 주장하고, 법원도 이를 양형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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