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 원트랙’, 임금체불 ‘신속구제’ 가능할까?…“효과 없다” 비판

김해정 기자 2024. 7. 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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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금체불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신속한 임금체불 해결'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노동법원 설립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형사상 원트랙 구축'을 위한 노동법원 설치가 '임금체불의 신속한 구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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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동법원’ 설립 시동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임금체불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신속한 임금체불 해결’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노동법원 설립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5월 관련 지시에 따른 후속 조처인데, 본디 목적인 ‘신속한 해결’엔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임금체불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개선 방안’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연구용역은 “임금체불 등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민형사상 원트랙 구축”이라는 목적 아래 △임금체불 실태 분석 △민형사 소송, 행정절차, 분쟁해결 현황 △현재 권리구제 절차 문제점과 권리구제 방안 등을 연구 내용으로 삼고 있다.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한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 사례를 들은 뒤 “민형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내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엔 관련 법 개정 등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며 “노동법원 관련 사법체계 관련 연구는 법무부에서 별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형사상 원트랙 구축’을 위한 노동법원 설치가 ‘임금체불의 신속한 구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임금이 체불당한 노동자는 보통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내는데, 근로감독관이 조사한 다음 체불액을 확인해 사업주에게 지급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린다. 이때 사업주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위한 사법처리 절차로 넘어간다. 임금체불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범죄이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노동청 단계에서 체불임금을 지급받고 합의하는 등의 경우엔 사법처리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신고된 18만5211건 가운데 노동부가 사법처리(검찰에 기소·기소중지 등으로 송치)된 경우는 22.3%(4만1212건)에 그친다. 결국 노동법원을 통해 민형사 원트랙 구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임금체불 사건의 일부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노동부 조사,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재판까지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어 ‘원트랙 구제’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한겨레에 “체불임금을 빨리 청산하는 방법은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노동부 시정지시 등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며 “노동부·검찰이 아닌 법원 단계까지 가서 임금체불을 ‘신속하게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도 “노동법원을 통한 임금체불 구제와 같은 사후 대책보다 임금체불과 같은 근로기준법 미준수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근로감독 강화 등의 사전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조7845억여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던 임금체불액은 올해 5월까지 9047억여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체불액의 절반을 넘겼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임금체불액은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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