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관객과 공연장이 공명했다” 소프라노 김순영의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 ‘감사’[공연리뷰]

양형모 기자 2024. 7. 2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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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의 독주회를 보면서 이토록 가슴이 뛰었던 게 얼마만이었을까.

모두 관람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김순영이 출연하는 날은 아니었다.

최근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은 이날 김순영이 차린 풀코스의 후식이라기엔 황송할 정도였다.

김순영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객석에 앉아 있으니 마음 구석구석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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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김순영이 열창하는 모습. 이날 연주회는 최영선이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 했다.
성악가의 독주회를 보면서 이토록 가슴이 뛰었던 게 얼마만이었을까. 7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김순영의 리사이틀을 보고 왔다. ‘감사(Gratias)’라는 부제를 달았던 이날의 공연은 “그동안 여러분께 받은 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김순영의 바람을 고스란히 담은 감사의 선물을 풀어보는 자리였다.

공연 시작 20분 전. 롯데콘서트홀은 로비뿐만 아니라 공연장 밖 야외공간까지 관객들로 빼곡했다. 모두들 공연의 기대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선, 신에 대한 감사였을까. 김순영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빼 온 곡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어 R. 슈트라우스의 가곡 4곡. 라이브로 들은 김순영의 소리는 어림했던 것보다 결이 고왔고, 상상했던 것보다 거대했다. 신이 준 재능의 제단 위에 쌓아올린 시간과 노고가 그에게 가져다준 것은 세계 정상 레벨의 기량.

그의 노래를 들으며 거대한 현악기의 울림통에 들어와 있는 듯한 상상에 빠졌다. 종종 가수의 성량에 공연장의 지붕이 뚫린다는, 과장 담긴 찬사의 표현을 듣긴 했지만, 이건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가수와 오케스트라와 관객과 공간이 하나의 주파수로 연결되어, 일제히 공명하는 순간의 환희. 무엇보다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으로 처음 접했던 김순영을 그의 본진에서 재회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2부는 김순영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김효근 작곡의 ‘첫사랑’. 유튜브에서 김순영을 처음 만났다면, 이 곡일 가능성이 높다. 작곡자가 미처 악보에 그려 넣지 않은 머릿속의 음표까지 살려내는 김순영의 드라마틱한 해석이 돋보이는 노래다.

제갈수영의 가곡 ‘비가 꽃잎에게’와 ‘오시리’는 김순영이 올해 낸 앨범 ‘시간의 꽃’에 수록된 곡이다.

김순영은 자신이 출연한 두 편의 뮤지컬 작품에서도 넘버 두 곡을 꺼냈다. 뮤지컬 ‘팬텀’의 ‘My true love’와 ‘안나 카레니나’의 ‘Oh my beloved’. 김순영은 ‘팬텀’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를 맡아 2016~2017 시즌과 2018~2019 시즌에서 열연했다. 2018년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소프라노 패티 역이었다.

모두 관람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김순영이 출연하는 날은 아니었다. 두 곡의 넘버를 들으며 꽤 후회막심했던 것은 비밀로 하고 싶다. 

최근 부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은 이날 김순영이 차린 풀코스의 후식이라기엔 황송할 정도였다. 부산공연에서 지휘봉을 잡은 정명훈이 “한국에서 본 비올레타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일 수 없다. 김순영은 노래뿐만 아니라 알프레도와 재회하는 장면을 연기로도 재현했는데, 오페라와 뮤지컬에서 흡수한 그의 연기력은 정명훈의 극찬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알프레도’ 이명현의 시원시원한 소리도 김순영의 소리와 맞물려 감동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다시 언급하자면, 이날 연주회의 타이틀은 ‘감사’. 보고 있자니 왜 감사를 타이틀로 정했는지 알 것도 같다. 감사와 사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신의 선물이자 명령처럼 들린다. 그만큼 둘은 다르고도 닮은 데가 있다.

사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고, 감사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사과는 ‘하는 이’를 살리지만, 감사는 ‘받는 이’를 살린다. 김순영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객석에 앉아 있으니 마음 구석구석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감사할 수 있는 사람, 김순영. 이날 김순영이 가져온 감사의 선물은 달고, 시원했고, 무엇보다 묵직했다. 다시 받을 수 있을까. 이 선물.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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