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즐거웠어, 이제 헤어지자”…재빠른 서학개미, 7조 뺐다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매도
순환매 장세에 중소형주 투자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올해 국내 투자자를 미국 증시로 이끈 엔비디아가 추락하자 이제는 ‘뉴욕증시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반도체 종목을 대거 팔아치우는 한편 미국의 순환매 장세에 맞춰 중소형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2.61% 하락하면서 117.93달러로 주저앉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12.5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의 주요 반도체 기업 30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 기간 10.79% 떨어졌다.

엔비디아나 반도체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수익률도 처참했다. 서학개미의 상반기 순매수 규모 4위에 오른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는 -24.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는 이때 31.48% 떨어졌다.

서학개미의 핵심 투자처였던 미국 반도체 상품들이 곤두박질치자 국내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가 빠르게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903억8188만달러(약 126조원)로 일주일 새 47억2240만달러(약 7조원) 줄어들었다.

서학개미는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엔비디아를 1억680만달러(약 1486억원) 순매도했다. 미국 최대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은 3135만달러(약 436억원) 팔아치우며 반도체 종목들을 차익실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엔비디나 또는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기간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를 8868만달러(약 1234억원),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는 5607만달러(약 780억원)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만큼 반등을 기대하고 단기투자성 자금이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대형기술주에서 중소형주로 순환매가 이뤄지자 국내에서도 미국 중소형주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는 러셀2000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를 4621만달러(약 643억원) 순매수했다. 중소형주 2000개로 꾸려진 러셀2000 지수는 이때 총 6.38%의 상승률을 보였다. 러셀2000 지수의 3배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스몰캡 불 3배 ETF의 순매수 규모 역시 3095만달러(약 431억원)로 컸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미국 증시가 순환매 장세를 마치고 엔비디아 중심의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던 ‘트럼프 트레이드’와 미국 증시의 순환매는 일단락될 것”이라며 “대형 기술주 급락의 중심에 섰던 엔비디아가 밸류에이션 하락을 바탕으로 반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