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비방하려 인터넷언론과 공작 시도한 방통위원장 후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12년 문화방송(MBC) 기획홍보본부장 시절 MBC노조 비방을 위해 인터넷언론과 여론조작을 꾀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그의 과거 적대적 노동관과 극우적 행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데다 공작 시도까지 드러난 것이다. 과도한 골프장 결제 등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의혹도 불거졌다. 준법의식이 의심스러운 이런 인사가 장관급 고위공직자 후보라니 어이가 없다.
한겨레신문 등 5개 언론사는 지난 20일 이 후보자가 2012년 위키트리 대표와 만나 언론노조 MBC방송본부를 비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전을 위한 금전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인사는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당시 MBC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고 착수금도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신문 등은 또 2014년 4월 이 후보자가 보수 인터넷 매체 간부와 만나 반노조 미디어전을 이어간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확보한 MBC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이 후보자는 보도본부장·대전MBC 사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골프장 비용으로만 2760여만원을 썼다고 경향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법인카드를 특급호텔에서 사용한 내역도 5000만원에 달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는 물론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사용을 금한 MBC 내규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부분이 많다.
이 후보자의 극단적 인식과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지난해 6월 자유총연맹 토론회에서 “MBC를 국민에게 돌려주려면 중도적·중립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와서는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2022년에는 SNS에서 노란봉투법을 비판하면서 “세월호를 이용한 세력이 노란 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었다”고 했다. 2022년 자유민주당 주최 강연회에선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을 ‘좌파 영화’로 낙인찍었다. 법의 단죄를 받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 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국회는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연다. 인식 편향은 물론 준법의식조차 의심스러운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래도 임명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공영방송을 ‘친윤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의도 외엔 달리 이해할 수 없다. 이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은 자진 사퇴든, 지명 철회든 지금이라도 폭주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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