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패싱 이어 또… ‘金여사 조사’ 10시간 뒤에야 안 李 총장 [김건희 여사 첫 검찰조사]
대검 “조사 종료시점에 사후통보”
李 총장도 “깊이 고심” 거취 주목
중앙지검, 조사 이틀 전엔 “미정”
‘대통령실 입맛 맞춘 것’ 의혹도
중앙지검 “총장은 도이치사건
지휘권 없어 보고 못한 것” 해명
李 입에 쏠린 눈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20일 검찰 대면 조사를 받은 가운데, 이를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에게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김 여사 조사는 전날 오후 1시30분 시작됐는데, 이 총장은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30분쯤 이를 사후 통보받았다는 설명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김 여사 조사에 진척이 있으면 보고할 것과 제3의 장소에서 몰래 소환 조사하는 것은 안 된다고 중앙지검에 강조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조사하기 불과 이틀 전인 18일에도 “조사 시기나 방식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중앙지검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 건 대통령실 입맛에 맞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수사는 이 총장이 올해 5월2일 당시 송경호 중앙지검장에게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며 속도가 붙었다. 중앙지검은 김 여사 고발인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 이 가방을 구매해 최 목사에게 준 서울의소리 이명수씨, 대통령실 행정관 3명 등을 조사하며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그간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 왔다. 이 총장은 지난달 3일 김 여사 소환조사 가능성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재편된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고, 그렇게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 소환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이 총장의 첫 발언이었다.
이 총장은 가장 최근인 16일에도 “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있고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보고받았고, 그렇게 믿고 있다”며 “(김 여사 조사) 일정도 수사팀에서 결정해 보고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대면 조사의 이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수사 지휘권 배제로) 총장에게 보고할 수 없고, 명품 가방과 관련해선 김 여사 조사 여부가 유동적인 상황이라 사전에 보고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명품 가방 사건 변호인 최지우 변호사는 서면 조사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는데, 도이치모터스 사건 변호인인 다른 변호사가 19일 오후 “김 여사가 대면 조사를 받겠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조사를 끝낸 다음 명품 가방 조사를 시작했고, (김 여사가) 계속 조사받겠다고 해 안정적으로 조사가 진행될 무렵에 총장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지검의 해명에도 대검과 중앙지검이 수사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오후 11시30분쯤엔 조서 열람에 들어갔을 텐데, 그 시간에 보고했다는 건 좀 문제인 것 같다”며 “법무부도 몰랐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중앙지검의 ‘사후 통보’가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검에 보고했는지에 큰 의미를 부여할 건 아니고, 각자 입장에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장 입장에선 ‘보여 주기’, 김 여사를 검찰청에 출석시키는 ‘쇼’가 필요했을 거고, 나갈 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김 여사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업적을 남기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 임기는 9월15일 끝난다. 이 변호사는 “중앙지검 상황은 (이 총장과) 다르고, 일선 검사들은 검찰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절차에 없는 일을 하진 않았을 거고, 수사 준칙을 검토해 근거를 갖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영·이종민·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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