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인된 민주당의 ‘어대명’···첫주 누적 득표율 91.70%, ‘일극체제’ 굳힐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1일 전날부터 이틀 연속 치러진 1~4차 지역순회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91.70%를 기록하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조를 입증했다. 이 후보 연임이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최고위원 다섯 자리를 놓고 맞붙은 8명의 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이재명 중심 체제’를 확인했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강원(3차) 경선에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득표율 90.02%, 대구·경북(4차) 경선에서 각각 94.73%(대구), 93.97%(경북)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제주와 인천 지역경선을 포함한 1~4차 경선 총 합산 득표율은 91.70%다.
김두관 후보는 1~4차 누적 득표율 7.19%, 김지수 후보는 1.11%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시도별 권리당원 선거인 12만4645명 가운데 3만9409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온라인 투표 참여율은 31.62%로 집계됐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경북 경선 결과가 발표된 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이라는 어려운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림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논평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을 “북한 김정은 체제에 견줄 압도적 득표율”이라 평한 것을 두고는 “부러워하는 말 아닌가”라고 했다.
전날 제주와 인천에서 진행된 1·2차 경선에서도 이 후보 대세론이 확인됐다. 이 후보는 첫 번째 지역인 제주에서는 김두관 후보의 저력에 밀려 82.50%를 얻었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에서 93.7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두 지역 누적 득표율이 90.75%로 집계됐다.
이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강조하고 인구 소멸을 해소할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나만 잘 먹고 잘 살아야지, 내 정적부터 제거해 계속 집권해야지’ 이런 네거티브한 생각으로는 세상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두관 후보는 “1인 정당, 제왕적 당대표” 문제를 꼬집으며 “이재명 당대표가 연임하면 사악한 정부·여당과 강대강 대치는 끝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 기조를 밝힌 것을 겨냥해서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명 당원들은 1~4차 경선에서 ‘어대명’ 기조가 확인됐다며 반기는 기색이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이 후보의 지역별 득표율은 주로 60~70%대였으며, 최대치는 80.21%(경기)였다. 굳건해진 당 장악력이 수치로도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가 2022년 8월 전당대회의 합산 득표율 77.77%를 얼마나 넘어설지가 관전 요소다. 사법 리스크와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 등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는 만큼, 친명계는 누적 득표율이 90%선을 넘어야 지난해 이 후보의 체포영장 가결 사태와 같은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강원특별자치도당 대의원 최모씨(54)는 기자와 만나 “이 전 대표가 연임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이 있고, 이를 위해 권리당원의 90% 이상이 이재명 당대표를 찍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당 대의원 김모씨(57)는 “대중 인기도와 득표율이 비슷하게 나온 것 같다”며 “2년 전 전당대회 때의 득표율 정도만 나와도 무난한 성과, 사실상의 압승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후보 연임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새 지도부 구성을 통한 ‘컨벤션 효과’는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재명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게 뭐가 문제 있나”(김민석 후보), “이재명 악마화 프레임을 깨고 이재명 대통령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강선우 후보), “윤석열 정부를 몰아내고 이재명 정부를 세워야 한다”(김병주 후보) 등 이날도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대오를 확인했다.
민주당은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 총 15차례 열리는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지역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대의원 온라인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권리당원 ARS 투표 결과 등은 8·18 전당대회에서 한꺼번에 발표한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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