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자영업 대책은 처음이지? [세상읽기]

한겨레 2024. 7. 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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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현대 경제에서 창업은 경제와 고용을 이끄는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들은 창업에 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창업이 활발한 국가일까? 그렇다. 매우 활발한 국가다. 국세청에 따르면 매년 120만에서 130만의 신규사업자들이 등록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가지 숨겨진 문제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서 밀려 창업하는 생계형이 매우 높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혁신을 바탕으로 한 기회형 창업이 가장 낮고, 생계형 창업 비중이 가장 높다. 덴마크의 경우 기회형 창업과 생계형 창업 비중이 76%와 10%였지만, 우리의 경우 기회형이 21%이고 생계형이 63%였다.

두번째 문제는 창업만큼이나 폐업 역시 많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폐업한 사업자의 수가 백만에 육박하였다. 이는 코로나 이전 시기인 2019년 92만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관련된 마지막 문제는 사업자들의 창업 뒤 5년 생존율이 33%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생존율이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어렵게 모은 저축이나 열심히 일해서 받은 퇴직금이 이렇게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자영업자들은 빈곤하게 노후로 접어들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부가 자영업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 자영업 대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번이 첫 자영업 위기이며, 첫 대책을 마련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자영업 위기는 21세기 내내 존재했다. 지난 20년간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비상구가 없다’ ‘눈물의 폐업’ 등이 자영업의 모습이었다. 20세기까지 자영업은 주된 일자리에서 노후로 이어지는 기간의 소득 공백을 채워주었던 가교 일자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본격화된 2000년대부터 자영업은 늘 ‘심각한’ 위기였다. 문제는 이러한 기사가 넘쳐나도 계속 그 불구덩이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 환경이다.

자영업 종합대책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과잉진입 예방, 경영안정 지원, 사업전환 및 퇴출 유도,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 이 대책은 이후 정부마다 반복적으로 발표되었다. 조금씩 그 내용은 다르지만 과잉진입 예방, 경쟁력 강화, 정책금융 확대, 전직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실제 다양한 정책 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독자께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누리집에 들어가보길 권한다.

문제는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있고 대책의 대부분이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이번 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 대책도 금융 지원, 국외 진출 지원, 채무조정 확대 등이 핵심이다. 금융 지원에 대해 과거 한 기사에서는 ‘자영업 구조조정은 지체되고 경쟁만 과열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잉진입 예방, 국외 진출, 전직 전환 역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단순히 정책 자체의 문제라고 비판하고 싶지만은 않다. 내부 노동시장에서 밀려났지만 아직 노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이들이 많고,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극히 제한된 구조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년간 큰 변화 없이 반복되어온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 없이 정책 결과가 다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심지어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자영업의 극한 어려움을 목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도화된 대응은 팬데믹이 끝나며 잊혔다. 이에 더해 높은 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과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제기된 민생회복지원금은 정치적 논쟁이 되고 있다.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금융 지원이나 직접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기존 방안들 역시 긍정적 효과를 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이 정책들을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자영업의 상태’가 무엇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민생회복지원금은 개인에게는 소득 향상을 시키며, 내수를 진작하고 역량 있는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된다.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접근하기보다 증거 기반으로 정책 경쟁을 해보면 어떨까? 자영업의 현실은 대안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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