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정치적 자유 돌려줘야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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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독일 자를란트 주의회에서 기괴한 희극이 벌어졌다.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한 지방의원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거센 반대로 무산된 해프닝이었다.
이미 1919년 바이마르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처럼 독일에서 "공무원은 한 정당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면서도, 동시에 공무원은 항상 정당 가입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으로서 기본권, 즉 정치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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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스 모슬러(강미노) |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정치학과 교수
몇년 전, 독일 자를란트 주의회에서 기괴한 희극이 벌어졌다.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한 지방의원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거센 반대로 무산된 해프닝이었다. 그는 같은 당 소속 공무원들이 부당하게 서로 공직을 챙겨주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로 이 개헌안을 합리화하려고 했다. 즉, 연고주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문제 제기였다.
법안 심의에서 다른 당 의원들은 직권남용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엉뚱한 해결책의 무용함과 개헌 내용의 위헌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미 1919년 바이마르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처럼 독일에서 “공무원은 한 정당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면서도, 동시에 공무원은 항상 정당 가입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으로서 기본권, 즉 정치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정당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무원 또는 공공 부문 근로자 신분 당원의 평균 비율은 무려 30%대에 이른다.
약 17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회집단인 독일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 금지되면 이들은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라는 정당의 헌법적 의무도 크게 훼손됨은 물론 민주주의의 질도 떨어진다. 이는 대부분의 선진 민주국가에서 정당 가입을 포함한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자를란트 주의회는 상식 결여, 헌법 무시, 민주주의 무지 등을 재확인하면서 개헌안을 즉석에서 부결시켰다.
한국에서는 정반대로 헌법 7조 2항을 바탕으로 한 ‘국가공무원법’과 정치 관계 법들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 물론 한국의 특수한 역사 유산 때문이다. 1공화국 때 이승만 정권 유지를 위해 온갖 공권력이 동원됐고, 심지어 일반 공무원들도 집권 자유당의 당원으로 모두 가입시켰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2공화국 개헌에서 국가의 반헌법적 공무원 동원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명문화했다. 하지만 5·16 군사반란 세력들은 이를 악용해 국가공무원법에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독재를 보호하는 장치로 전환시켰다.
민주화가 되어서야 공무원의 국민 기본권 복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해졌다. 1987년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김대중 후보가 “전 공무원의 여당화 폐단을 시정”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정당 가입 허용을 공약했지만 당선 실패로 무산됐다. 1990년대 초부터 비슷한 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이 역시 번번이 좌절됐고, 2006년과 2019년의 국가인권위원회, 2011년의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2015년과 2016년의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적용위원회가 공무원의 정당 활동을 인정하라고 개입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에 관한 기본권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5 대 4 박빙의 결정이었는데, 한국 정치문화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그 결정적인 논거로 보인다.
물론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의 당위성과 시민으로서 주체성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실현하는 것이 도전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당정치를 정상화하고 강화해 정당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제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정치 활동 전면 금지를 해제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다. 100만명 이상의 한국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자유권을 돌려줄 때가 됐다. 한국의 병든 자유민주주의를 치료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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