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 되는 재난, 기준을 바꿔라 [김형준의 메타어스]

한겨레 2024. 7. 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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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수도권 지역에 내린 폭우로 경기도 평택시 송탄로 한 부지에 주차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온 나라가 물난리로 시끄럽다. 이곳저곳에서 기록 경신의 뉴스가 들려온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강수 기록들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연평균 강수량이 1300mm 정도니 일 년에 걸쳐 내려야 하는 비의 십 분의 일에 가까운 양이 한 시간 동안 내렸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6월부터 8월 사이에 비가 내리는 날이 평균 40일 가량인데 이는 연간 강수 일수의 삼 분의 일이 조금 못 된다. 전체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그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시간당 100mm는 매우 극단적인 수치이다.

강수 패턴의 변화는 도시 기반 시설의 설계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도로, 철도, 하수도 등의 인프라는 과거의 기후 조건을 기준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극한 호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도로의 배수 시스템이 과거에는 충분했지만, 요새는 퍼붓는 비로 도로가 침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의 개선과 함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설계가 필요하다. 2022년 서울시는 배수시설 설계기준을 시간당 강수량 95mm에서 최소 100mm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 110mm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상향시켰다.

기준 변경은 피할 수 없다. 관측에 따르면 과거 5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일 강수량 100mm 이상인 호우의 빈도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오는 수십년 동안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재의 배수 시설 설계 기준으로는 미래의 극단적인 강수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110mm 기준도 10여년 전 75mm였던 것과 비교하면 꽤 높아진 기준이지만, 미래의 기후 변화를 고려하면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 배수 시설 개선에 수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다보니 예산 부족, 정치적 우선순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모든 도시가 동일한 수준의 개선을 이루기는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큰 재해를 예방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조치이다.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층위에서 긴밀한 협력과 방안 마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올해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위험 증가를 보험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각 지역을 위험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하고 홍수 위험이 큰 지역의 수해보험료가 안전한 지역에 비해 최대 1.5배까지 비싸게 책정된다. 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재해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예방적 조치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우리도 이러한 정책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이것이 취약 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저지대에 사는 이들을 위한 공공보험 개발, 혹은 이주 대책 등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재해라고 불렸던 것이 이제 곧 일상이 되는 지금에 살고 있다. 우리의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단순히 물리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도시계획, 방재정책, 시민인식개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신속하게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불침선이 아니다. 반드시 일어날 미래를 외면해선 안된다. 빙산의 경고를 외면하고 침몰했던 ‘타이타닉’ 호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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