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이강욱 “살인마 정윤호, ‘자격지심’에 주목했죠”[SS인터뷰]

원성윤 2024. 7.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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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 사진 | FN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이강욱에게 지난 6일 종영한 SBS 드라마 ‘커넥션’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가 연기한 정윤호는 택시기사다. 어린 시절부터 특출난 게 없던 윤호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곤 했다. 때로 너무 앞서나가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사달이 났다. 윤호는 거듭 살인을 저질렀다. 친구를 돕기 위한 계책이었다. 그럴수록 수렁에 빠졌다. 감정이 거세된 윤호의 서늘한 눈빛은 ‘커넥션’이 왜 스릴러 드라마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이강욱은 “연극과 뮤지컬을 주로 해서 그런지 대본을 받았을 때 사실 읽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배우들이 앉은 자리에서 4~6회 분량을 읽었다는 것과 대조됐다.

“시각화를 염두에 두고 쓴 대본인데 한편에 70분짜리 4개를 보니까 약간 지치더라고요. 소설과 달리 처음과 끝이 계속 있어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도 제겐 어려웠어요. 드라마는 서사가 선명해야 하니까그걸 예상하면서 읽어나갔죠.”

정윤호의 ‘자격지심’에 주목해 치밀하게 인물을 설계했다. 악인 그룹 ‘태종치’(태진(권율 분)·종수(김경남 분)·치헌(차엽 분))무리에도 끼지 못한 설정에 주목했다.

“다들 하나씩 무기가 있죠. 태진이는 똑똑하고 리더십이 있고, 종수는 그룹 부회장이고, 치헌이는 싸움짱이었죠. 윤호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능력은 없는데 그들처럼 되고 싶은 사람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그런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여전히 그때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하죠.”

‘커넥션’에서 정윤호 역을 맡은 배우 이강욱. 사진 | SBS


윤호 얼굴에서 감정을 완전히 지웠다. 9, 10회에서는 장재경(지성 분)에게 범행 사실이 발각돼 쫓기는 신세가 된 뒤 살인을 저질렀다. 곤란해진 치헌은 삽으로 내리처 윤호를 암매장했다.

구덩이에 내던져진 윤호는 뒤로 묶인 채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고 외쳤다. 학창시절 학습신조였다. 산이 울리도록 쩌렁쩌렁하게 외친 게 도리어 죽음을 재촉했다.

이강욱은 “죽기 전에 학습 신조를 외우는 건 마지막까지도 그 카르텔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게 자신에게 죽음으로 올 것으로 생각하진 못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윤호는 나름대로 무리에 끼기 위해 노력했다. 홀로 청운암에 가 종수가 금형 그룹 회장이 돼달라고 빌기도 했다. 그런 윤호에게 종수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에게 종수는 그런 존재였죠. 윤호의 감정은 단순히 내가 이득을 얻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이들을 실제로 좋아했고, 끼고 싶었던 게 여러 돌발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가 됐다고 이해했죠.”

이강욱. 사진 | FN엔터테인먼트


극초반, 우발적인 방앗간 주인살해 사건도 이렇게 일어났다. 살인은 찰나에 일어났다. 준서의 죽음을 파헤치던 재경(지성 분)이 CCTV 단서를 방앗간에서 찾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윤호가 방앗간으로 들어섰다. 책상에 놓은 가위를 들었다. 주인의 경동맥을 찔러 죽이고, 방앗간을 불태웠다. CCTV 서버가 날아갔다. 이런 윤호는 ‘태종치’에겐 리스크였다. 야산에서 죽음은 예견된 일이었다.

“야산에서 죽는 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찍었죠.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덜 고생스러웠어요. 묶여 있을 때도 저를 배려해 줘서 배우 입장에선 다음 연기를 하는데 세이브가 됐죠. 구덩이가 좀 깊긴 했지만요(웃음).”

‘커넥션’은 고교 동창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우연적인 일이 한 반 친구들에게만 연속해 일어났다. 이런 극적 허용에도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파고든 건 캐릭터에 양가적인 면이 존재한 게 컸다.

이강욱은 “작가님이 윤호를 안타고니스트(반동 인물)로 설정하며 약한 지점을 심어줬다. 반면 주인공인 윤진(전미도 분)에게는 돈을 밝히는 면모가 있다”며 “시청자들이 한쪽으로 평가를 치우치게 하지 못하게 각 인물들을 현실적으로 설정한 점이 호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커넥션’을 마친 이강욱은 본업인 연극무대로 돌아갔다. 최근 뮤지컬 ‘카르밀라’ 연출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로서도 연출자로서도 ‘저’라는 관객이 기준입니다. 제게 어떤 ‘끌림’이 있고 그런 모습을 볼 때 관객에게 믿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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