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리인하 말라" 요구…과연 파월은 수용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상춘 2024. 7. 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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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에 이례적 압박
'임기 보장' 당근도 제시

바이든 견제 위한 포석
수용 땐 Fed 독립성 훼손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끈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8년 전 첫 후보 지명 당시보다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발언과 행동은 여전했다. 자신의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종전처럼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것도 그렇다. 부통령 후보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JD 밴스를 지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추진할 경제정책에서도 그런 패턴이 드러난다. 트럼프노믹스 2.0은 조 바이든 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에서 출발한다. 공화당 선거공약집인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 나타난 미국 중앙은행(Fed) 개편안을 보면 양대 책무 중 아예 고용 목표를 빼고 물가 관리에만 주력하겠다는 공약이 포함돼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이례적으로 금리 인하와 관련해 두 가지 주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나는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 요구를 수용하면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조건부 인사 방침을 밝혔다.


두 가지 주문은 이번 전당대회 직전까지 보인 태도에서 180도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 후보의 숨은 의도가 무엇일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후보는 부동산 재벌이 되기까지 저금리 혜택을 크게 누려왔다. 바이든 정부의 충격요법식 금리 인상으로 자신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집권 2기 때도 Fed 의장으로 검토할 정도로 트럼프 후보가 신뢰하는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의 준칙으로 볼 때 현재 기준금리(연 5.25∼5.5%)는 적정선보다 높게 평가된다.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은 트럼프 후보의 정책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프로젝트 2025’에 포함된 Fed 개편안과 일치하는 금리 평가 잣대다.

Fed 내 중립 금리를 중시하는 친공화당 성향 이사들도 2022년 3월 이후 단기간 금리 인상으로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중립 금리는 실물경기를 침체시키거나 과열시키지 않는 r* 금리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r** 금리로 나뉜다. 전자가 후자보다 높으면 실물과 금융 간 불균형이 심해져 각종 위기가 발생한다.

r* 금리가 r** 금리보다 높아진 여건에서 Fed가 물가만을 잡기 위해 금리 인하를 늦추면 두 금리 간 격차가 더 벌어져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더 심화한다. 이때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세율을 올리면 도시 생활자들의 부담이 가중하고, 트럼프 후보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트럼프 후보의 금리 인하 불가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인하 불가 발언은 대선 이전까지만 유효한, 트럼프의 노림수라는 해석이다. 대선 이전에 금리를 내리면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대선 이전에 단행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해 빅스텝 방식으로 금리 인하를 신속하게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 1년 후 자신이 취임하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치하는 시각이다.

트럼프 후보의 금리 인하 불가 요구에 파월 의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용 지표로 보면 ‘삼의 법칙(Sahm’s rule)’에 부합돼 지금이라도 금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의 법칙이란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간 최저 실업률보다 0.5%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경기가 침체한다는 실증적인 이론이다. 현재는 0.6%포인트까지 상승했다.

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3% 이내로 둔화하면서 금리 인하 시가가 도래했음을 가리키고 있다. Fed가 추정하는 통화정책 시차가 9개월∼1년인 점을 고려하면 대선 이전에 금리를 내려도 문제가 없다. 파월 의장이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해 금리를 내리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트럼프 후보의 요구를 수용하면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겠지만 Fed의 전통인 독립성은 훼손된다. 반대로 거절하면 임기는 보장받지 못하지만 Fed의 전통을 지킬 수 있다. 파월 의장은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후의 보루인 중앙은행마저 정치적 시녀로 전락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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