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조사 '심야 보고' 받은 총장…중앙지검과 갈등 수면위로(종합)

황윤기 2024. 7.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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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시작 10시간 만에 보고…5월 검사장 인사 때 이어 다시 갈등 노출
'몰래 소환' 표현 담긴 글 돌기도…이원석, 거취까지 언급하며 불쾌감 표시
중앙지검, 대검에 김건희 여사 조사 사실 사후 통보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전날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한 사실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거울에 비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4.7.21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황윤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검찰 조사를 계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의 미묘한 갈등 구도가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한다는 사실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이 중앙지검 수사팀의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은 전날 밤 11시 10∼20분께였다.

수사팀은 전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자정을 넘겨 새벽 1시 20분께까지 김 여사를 조사했는데, 이원석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먼저 조사했다고 한다.

이후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를 시작한 뒤 대검에 조사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시작된 지 약 10시간 만에 검찰총장이 조사 사실을 알게 된 셈이다.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이날 오전 김 여사 조사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후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받은글' 형식으로 "이 총장이 중앙지검에 검찰 소환조사가 돼야 함을 강조하고 누누이 당부했다", "몰래 소환을 우려해 총장 보고 없이 제3의 장소 등 몰래 소환은 절대 안된다고 신신 당부" 등 내용이 돌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몰래 소환' 등 표현이 담긴 이런 글이 대검에서 작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대검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조사가 끝나는 시점에 중앙지검에서 대검에 사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부인 소환 조사라는 사안을 검찰총장에게 사후 통보한 것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서울중앙지검 쪽은 첨예한 이해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사건의 결론을 내리려 절충안을 찾아낸 것인데 대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 여사 측이 처벌 규정 없는 명품 가방 의혹으로 소환조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의혹 관련 조사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았고, 조사 방식을 두고도 검찰청 소환과 방문 조사 등 선택지 사이에서 '제3의 장소'라는 절충점을 찾아 성사됐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2020년 추미애 장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다. 장관과 총장 모두 바뀌었지만 권한이 복구되지는 않아서 이 총장에게도 지휘권이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의혹 관련 수사 내용을 총장은 물론 대검에도 일절 보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의혹으로 김 여사를 조사한다는 사실을 대검에 사전 보고하면 위법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피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 측이 명품 가방 관련 내용도 같이 한꺼번에 조사받는 것에 동의했고, 최종적으로 조사 여부가 결정된 뒤 보고하느라 시간이 늦어진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조계에서는 그간 수면 아래 전언으로만 존재하던 김 여사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견해차,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은 평소 김 여사를 공개 소환해야 한다는 의지를 대검 간부들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쪽에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개적으로 "성역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노출되도록 공개적으로 소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취재진에 "(성역 없이 조사한다는 것은) 가치 판단의 표현인데 사실을 말하는 검사가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와닿진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갈등의 조짐은 지난 5월 법무부가 단행한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둘러싸고도 감지된 바 있다.

당시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좌천성 승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가 김 여사 소환조사를 주장하다가 좌절되자 사의를 표명하는 등 반발한 것이 인사의 배경이라는 취지였다.

인사 다음 날 이 총장은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7초간 침묵해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인사를 통해 임명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총장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하느냐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대검은 이날 오전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사후 통보 받았다고 밝히면서 "검찰총장이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주변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거취와 관련한 언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향후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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