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가상자산 ETF 시장… 이더리움 다음 타자는?

김남석 2024. 7.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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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OE,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예고
시총 558조… 출시 후 수요 급증 전망
기초자산 검토 등 국내 도입 장벽 높아
[연합뉴스 제공]

가상자산 시장이 또 한번 변곡점을 맞는다. 미국에서 지난 1월 비트코인에 이어 이번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될 전망이다. 홍콩과 런던, 유럽연합(EU) 등 현물 ETF 상장 효과가 미미했던 다른 국가와 달리 시장 파급력이 컸던 미국에서 새로운 ETF가 출시되는 만큼,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규 자금유입 기대에도…"비트보다 높은 변동성 우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오는 23일(현지시간) 5개의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이더리움 가격은 최근 1주일간 10% 이상 올랐다.

2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 기준 이더리움은 3517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도 6만7000달러선을 회복하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효과가 선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은 항상 가상자산 가격의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의 ETF를 승인한 뒤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여만에 1만달러 가까이 뛰었다. ETF 상장 이후 현재까지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은 45%를 넘는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 가격이 뛰자 2위 이더리움도 동반 상승했다. 1월 2000달러선에 거래되던 이더리움은 한달여 뒤 3000달러를 넘어섰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실제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ETF다. 운용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면서 그 시장 가격 변동을 추종한다.

투자자들이 직접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비해 규제된 시장에서 거래돼 시장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효과를 가진다. 보관과 해킹 우려 등으로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던 금융, 연기금 등의 기관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하면서 유동성이 확보된다. 이같은 장점으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1월 출시 이후 현재 비트코인 전체 유통량의 4%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비트코인 ETF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에 비해 이더리움의 가격 변동성이 더 크고, 시장 규모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4230억달러(약 588조원) 수준으로, 비트코인(1조3300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 거래량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최근 1년간 가격 변동률(최고~최저)도 이더리움은 60%를 넘는다.

앞서 홍콩이 지난 4월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한 뒤 자금유입이 미미했고, 오히려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한 것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인투더크립토버스 창립자 벤자민 코웬은 엑스를 통해 "이더리움 공급량이 4월 이후 매월 약 6만 ETH씩 증가하고 있다"며 ETF 출시 이후 수요가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더리움 ETF가 시장의 기대보다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 이후 새로운 가상자산에 대한 현물 ETF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이더리움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높은 가상자산은 테더로 1000억달러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소외…논의 언제쯤?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현물 ETF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국이 ETF를 출시할 당시부터 국내 자본시장법 등을 고려하면 가상자산이 ETF의 기초자산이 될 수 없다고 공언했다. 가상자산 선물 ETF의 중개는 허용한 것과 달리 현물 ETF는 중개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의 전체 운용자산이 528억달러(73조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는 "홍콩은 미국이 현물 ETF를 승인한 뒤 발빠르게 움직여 현물 ETF를 승인, 미국 정규 장 이후의 투자 수요를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현물 ETF 국내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 현물 ETF를 상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 요건, 기초자산 여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시장조성행위 금지 여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등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하는 사안부터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의 기존 자본시장 전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조수한 업라이즈 최고법률책임자(CLO)는 "미국은 앞서 선물 ETF로 시장 조성에 대한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한 만큼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현물 ETF를 도입하긴 어렵다"며 "(현물 ETF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에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거나 수익자의 손실 및 유동성 문제, 외부 요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자본시장 등의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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